총신대학교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이 이들 교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25일 총신대는 “지난 18일 총학생회가 밝힌 강의 중 성희롱 발언을 한 교수 4명에 대해 이번주 조사가 시작된다. 외부에서 전문가가 합류하고, 이르면 다음주, 늦으면 다다음주에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 된 4명 가운데 1명은 최근 자신을 향한 총학생회의 비판에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인 교수로 알려졌다.
지난달 총신대 신학과 A교수는 강의 중 학생들을 향해 “헤어롤을 하고 화장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런 모습은 외국에서 매춘부나 하는 짓”이라는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총신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1일 긴급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개월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후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페이스북과 대자보를 통해 ‘2019년 총신대학교 교수 성차별 성희롱 발언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총학생회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일부 교수들은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줬는데 그 말이 자매가 해주는 것보다 더 좋았다. 난 영계가 좋지, 노계는 별로”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드셨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거울을 보고 화장하는 것은 몸 파는 여자들의 행동” ▲“이 세상 모든 여성이 이영애처럼 생기면 ‘아름답다’는 말이 등장할 수 없다. 다른 한쪽이 추하다는 개념을 보여주니 이쪽은 아름답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 안에서 결혼할 배우자를 만나라. 밖에서 만나는 여자는 모압(이스라엘 사해 동쪽 요르단 지역에 살던 서셈족 계열로 성경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진 민족) 여자일 가능성이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신학 대학의 도덕성을 추락시킨 비극”이라며 “사건 당사자들은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합당한 징계 절차를 통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총학생회는 “지난 1개월 동안 학교는 여전히 수업과 채플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성차별 문제, 공론화 된 교수 징계, 2차 가해 확산 방지, 제보자 보호, 수업권 침해, 재발 방지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사건 대응을 지연시켜 은폐 시도의 의혹만 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이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방지하고 피해 학생 및 제보 학생들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달라”며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학교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한편 총신대는 지난달 A교수의 발언이 알려진 뒤 조사를 실시, 지난 15일 해당교수를 직위해제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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