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접경지역 군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 지시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5일 보도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9·19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아침 북한 언론 매체에서 밝힌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북측에서 언급한 해안포 사격훈련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온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변인은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아침 김 위원장이 남북 접경지역인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를 비롯해 서부전선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해안포 중대 포진지와 감시소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동행한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에게 방어대의 전투력 증강과 변경시킬 전투임무에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해안포 중대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직접 목표를 정해 사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창린도(昌麟島)는 황해도 남단에 있는 면적 7.0㎢의 섬이다.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어 광복 직후에는 대한민국이 지배했으나 6·25전쟁 과정에서 남북 간 점령과 탈환전이 반복되다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에 인계됐다. 현재는 북한 행정구역상으로 황해남도 옹진군(황해남도)에 속해 있다. 백령도에서 남동쪽으로 45㎞ 떨어져 인천 쪽에 더 가까운 창린도는 지난 2000년대 초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해 ‘섬의 요새화’를 지시한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창린도 지휘본부와 중대병실(생활관), 교양실, 식당, 부식물 창고, 온실, 목욕탕, 화력진지, 감시소 등을 두루 시찰한 것도 선친의 행적을 뒤쫓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포신과 포 바퀴 일부만 보이는 해안포는 포 방패를 떼어낸 76.2㎜ 평사포로 추정된다. 구소련이 1942년부터 대전차포로 활용한 이 포의 최대 사거리는 13.29㎞로 최초 사격 시 분당 25발, 지속 사격 시 8발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보병연대 소속 포병중대에서 이 포를 대량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해안포를 얼마나 어떤 지점으로 사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파악하고 있지만 밝히면 우리의 정보수집 수단과 능력을 추정하고 대응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창린도 사격훈련은 서해 완충구역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금지한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북한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 개막일인 이날 군사합의를 깬 것은 북한 내부를 결속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16일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하고 18일 낙하산 침투훈련을 지도하는 등 군사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논란도 예상된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배치된 해병대 K-9 자주포 등을 육지로 이동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 군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경우 9·19군사합의가 사실상 파기되는 것이어서 군 당국은 일단 유감 표명으로 수위를 조절한 채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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