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로 쓰였던 ‘미쓰비시 줄사택’ 철거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았다.
25일 인천시 부평구와 인천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인천고 2학년 김다준군 등 30명은 최근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이 학교 학생 519명의 서명과 함께 차준택 부평구청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수탈당한 청춘’의 증거인 줄사택을 철거한다면 우리는 미래에 아픈 역사를 잊을지도 모르겠다”며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미쓰비시 줄사택 관련 기념관 또는 역사관을 건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지키는 활동에 부평구청장이 함께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군 등은 지난달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사택 등지에 답사를 다녀온 뒤 줄사택 보존의 필요성을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는 ‘수탈당한 청춘’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줄사택 철거를 막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기념관 등을 조성해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도 벌였다.
이들이 보존을 요청한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본 육군이 관리하는 군수물자 공장인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의 노동자가 거주했던 곳이다. 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대부분이 강제동원된 조선인으로 추정돼 줄사택은 당시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 부평동에는 미쓰비시 줄사택 9개 동이 있었으나 이 중 3개 동은 이미 철거됐고 나머지 6개 동 중 4개 동도 다른 장소에 복원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2개 동의 처리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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