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세운 사찰이 비구 스님들의 사찰만큼이나 많습니다. 전 세계 불교국가 중에서도 비구니 스님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전국 5,000여명에 달하는 비구니 스님들을 통해 한국 불교를 해외에 전파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제12대 대한불교조계종 비구니 회장으로 당선된 본각(사진) 스님은 25일 서울 강남구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본각 스님은 지난 9월18일 역대 최다 인원인 2,000여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1,064표를 얻어 회장으로 당선됐다.
본각 스님은 이 자리에서 불교계의 현안으로 대두한 출가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해외 포교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에 등록된 비구니 스님은 5,000여명이지만 고령화로 포교활동과 복지 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각 스님은 “인구절벽과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로 불교계도 여성 출가자가 급감하고 있다”며 “특히 불교는 젊은 여성 입장에서 자유가 구속되고 남녀 불평등이 심한 곳으로 비친다는 근본적인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각 스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한국 불교에 관심이 많은 해외 수행자들이 한국 불교를 통해 출가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해 포교활동과 불교 세계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본각 스님은 “가톨릭 등 다른 종교에는 다국적 여성 종교인들이 많지만 불교국가 중에서 비구니가 존재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대만 정도”라며 “비구니회관을 활용해 한국 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종단에서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각 스님은 세속 나이로 만 3세인 1954년 인천 부용암에 육년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일본 릿쇼대학원에서 문학석사를, 1992년 일본 도쿄 고마자와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승가대에서 교수를 지냈고 재직 기간 중 비구니 수행관장을 겸하기도 했다. 형제자매 2남4녀가 모두 스님이 된 특이한 이력도 있다. 그는 “선거 때 회원들에게 ‘비구니 회장을 수행(修行)직으로 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정치보다는 수행자로서 비구니 스님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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