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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 수요일} 낙타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문득 모래 위에 당신의 발자국 사라져 궁금했는데 낙타를 타고 가셨군요. 높은 등에서 흔들리면서 세상에서 겪은 모래알 같은 슬픔과 아픔 훌훌 털면서 가셨군요. 누군가 다시 당신을 세상에 내보낸다면 나비가 된다 하시지 않고요, 새가 된다 하시지 않고요. 꽃과 열매 만발한 곳에서 생생한 기쁨 인화해 가시지 않고요. 굳이 낙타가 되어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사시겠다니요.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가시겠다는 걸 보니 아직도 세상의 아픔과 슬픔 다 잊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모래는 모래끼리, 아픔은 아픔끼리 동무가 되는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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