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단 몇 분 만에 17~18세기 바로크 양식의 보석 10억달러(1조3,000억원)어치가 도둑맞는 일이 벌어졌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도난사건으로 평가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동부 도시 드레스덴의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서 보석류 3세트가 도난당했다.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에 따르면 최소 2명의 도둑이 전력차단으로 박물관이 어둠에 휩싸인 틈을 타 창문을 통해 박물관에 침입했다. 이들은 박물관 내 보석방으로 들어가 보석들을 훔친 뒤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새벽5시께 박물관 알람이 작동한 직후 현지 경찰이 5분 지나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도둑들은 달아난 뒤였다.
절도행각은 박물관 인근에 화재가 발생해 전력공급이 끊긴 직후 이뤄졌다. 현지 경찰은 도둑들이 범행을 위해 방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에서는 절도범들이 달아날 당시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우디 ‘A6’ 차량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정확한 도난 규모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다이아몬드·루비 등이 각 세트를 구성한 점에 미뤄 90개 넘는 보석들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10억달러 정도로 평가되지만 이 박물관이 유럽 최대의 보석전시관인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문화적 가치는 환산하기 어렵다고 드레스덴 국립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미카엘 크레취머 작센주 총리는 “우리 주의 예술품뿐 아니라 우리 작센도 도둑맞았다”며 “작센의 소장품들, 그뤼네게뵐베의 소장품들 없이 우리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난당한 보석들은 독일의 옛 작센왕국에서 내려온 귀중품들이다. 녹색 금고라는 뜻의 그뤼네게뵐베는 17세기 이 지역에서 강력했던 작센왕국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가 유럽의 각종 예술품을 모아 꾸민 곳이다. 이곳에는 보석·귀금속·상아 등 3,000점의 귀중한 수집품이 전시돼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손되기도 했으나 재건됐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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