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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 바닥 드러내는 '현금복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자 정부가 예비비 98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신청자를 238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신청이 폭주하면서 결국 예비비에 기대게 된 셈이다. 예비비는 천재지변 같은 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남겨둔 일종의 국가 비상금인데,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가 마치 쌈짓돈처럼 꺼내 쓰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홍보가 잘돼 신청이 늘어났다”는 뜬금없는 소리나 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자영업자들이 몰라서 신청하지 못했다가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청이 늘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난 2년간 30%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급한 불이라도 꺼볼 요량으로 신청한 건데 ‘좋은 제도라 신청이 늘었다’는 엉뚱한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대표적 현금복지인 청년고용장려금과 치매지원금도 명확한 기준 없이 대상과 금액을 대폭 늘린 탓에 올해 책정된 예산을 벌써 소진했다.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연금·아동수당·청년수당 등을 통해 현금을 지급하는 규모는 올해 42조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불었다. 세금으로 현금을 지급받는 국민은 약 1,200만명으로 인구 4명 중 1명꼴이다. 현금지급 방식의 복지는 중독성이 강하다. 중간에 끊는 것이 어렵고 더 많은 요구와 보다 강한 저항을 불러온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 복지는 더욱 기승을 부릴 태세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11.1%로 노년 부양비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제도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40년 후에는 GDP 대비 복지지출이 2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할 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현금살포’가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배부른 저녁이 아니라 30년 후에도 먹고 살 걱정 없는 복지국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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