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찾아오는 용서와 연민의 감정을 섬세한 연출로 그려낸 한국 독립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초석을 다진 것은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로, ‘경민’의 죽음에서 비롯된 의심과 질책 속 다시 ‘영희’라는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무게감 있는 연출로 그려내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올해의 배우상, 제6회 들꽃영화상 극영화 신인감독상을 비롯 다수의 영화제에서 극찬 받았다. 아울러,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과 점차 마음을 나누던 부부가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살아남은 아이> 역시 아들을 잃은 상실과 친구 대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서로 다른 슬픔을 섬세하게 그려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신동석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비롯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수작의 반열에 올랐다. 더불어, 배우 김향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주>는 교통사고의 가해자 가족과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영주’의 불안정하고 서글픈 연대를 그려내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실제로 차성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겼다는 사실은 관객들에게 영화 이상의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마지막으로, 아이를 납치했던 ‘정주’와 납치된 그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민구’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그들의 질긴 악연을 강렬한 호흡으로 그려낸 심리 드라마 <호흡>이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극 중 배우 윤지혜가 연기한 인물 ‘정주’는 아이를 납치했던 범죄의 방관자로, 죄책감에 억눌려 살아가는 이의 단상을 보여주며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이에 신예 김대건이 완성시킨 ‘민구’는 납치됐던 그날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버거운 삶을 애써 버텨내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예정.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KTH상 2관왕,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호흡>의 권만기 감독은 “죄를 지은 자의 감정, 고개 숙인 뒷모습, 패배감이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어둠의 얼굴”이라고 제작 의도를 언급하기도 해 오는 12월 극장가를 찾을 치밀하고 강렬한 이야기에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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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피해자의 아이러니한 관계, 죄의식과 용서라는 상반된 감정을 섬세하게 다뤄내며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 <호흡>은 오는 12월 19일 개봉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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