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 주한미군 분담금을 정하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졍(SMA) 4차 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방위비 공세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근처 선라이즈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유세에서 “그들(전임 대통령들)은 우리의 군을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는 데 썼다. 여러분의 돈으로 복지 국가들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당선되기 전에 우리의 지도자들은 위대한 미국의 중산층을 그들의 망상적인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한 돼지 저금통으로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사실상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증액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국방부가 202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한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은 공교롭게도 미 측이 요구한 50억(5조 8,000억원)달러에 버금가는 44억6,420만 달러(약 5조2,566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자료로 쓰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 차관실(회계 담당)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과 관련해 지난 3월 마련, 의회에 제출한 예산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현황이 담긴 ‘해외 비용 요약’ 표에 한국(주한미군)의 경우 △ 군 인건비 21억400만 달러 △운영·유지비 22억1,810만 달러 △가족 주택비 1억4,080만 달러 △ 특정목적용 회전기금 130만 달러 등 44억6,420만 달러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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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토대로 ‘하나의 숫자’가 각인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강경론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전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외국의 경제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의 제조업을 크게 훼손했다”고 전임 대통령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중동 지역에서 전쟁에 수조 원을 썼다”면서 “그런데 여러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다. 우리는 승리해 그들(장병들)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ISIS(이슬람국가의 옛 약칭)를 격퇴했다”며 중동 지역에 8조 달러를 썼다고 과시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미국의 주한미군 일부 철수 카드 검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성과로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시리아 철군 사례를 들어 주목된다.
이에 따라 미 조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에 대한 비판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존 햄리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27일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이 아니다”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무언가를 빚지고 있다는 전제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전날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방위를 위해 더 많이 지불하길 원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동맹국들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겠다는 트럼프의 ‘협박’은 오랜 동맹들로 하여금 미국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그들의 자체 방위력(defense capabilities) 개발에 착수하도록 하는 결과를 촉발할 수 있다며 동아시아 지역의 연쇄 핵무장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한미는 다음 달 초 미국에서 방위비 협상 4차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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