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으로 다음달 방한한다. 이번 왕 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28일 왕 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초청으로 다음달 4~5일 공식 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 2015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중국이 왕 부장을 서울로 보내는 것은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강 장관과 회담을 진행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왕 부장의 문 대통령 예방과 관련해 “중국 측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 답방 문제가 한중일 정상회의 전까지는 준비돼야 한다”며 “내년까지 시 주석의 답방이 없으면 대외적으로 한중관계가 악화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 후 5년 만에 중국 정상이 한국 땅을 밟게 된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의 방한 이외에도 사드와 북핵 문제 등 상호 관심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사태로 불거진 한미일 삼각 동맹의 약한 고리를 전략적으로 치고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지소미아 사태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한미관계에 빈틈이 있을 때를 파고든 것”이라며 “미중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한국에 친중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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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미국이 한국의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뒤에 나타날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지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묵직한 경고장을 날렸다.
다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이후 삭막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왕 부장과 함께 중국의 주요 기업인들도 다수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청와대 차원의 전략적인 스킨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중 간에 북핵 문제도 핵심 논의사항 중 하나”라며 “중국도 연말이 지나면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갈 수 있고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은 중국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관련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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