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섭은 “‘니나내나’ 가 가족 이야기였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 로드무비인데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폭력의 씨앗’이나 ‘도어락’ 등 전작에서의 역할과는 또 달라서 재미있었고요.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촬영해서 그런지 정말 행복했어요. 같이 오래 있었고,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서로들 친해진 것 같아요.”
‘니나내나’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상영됐다. 이가섭은 영화 ‘양치기들’로 2015년 부산영화제를 찾긴 했지만 레드카펫을 처음 서보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부모님도 제가 레드카펫 서시는 것은 처음 보셨는데 내심 뿌듯해 하셨죠. 정말 좋은 기억을 많이 담고 왔어요.”
이가섭은 “‘니나내나’ 영화상에서도 계절이 바뀌듯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계절이 올 것 같은 영화,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질 영화이다”고 정의했다.
영화 ‘니나 내나’는 오래 전 집을 나간 엄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은 3남매가 엄마를 찾아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이가섭은 3남매의 막내인 재윤을 연기했다. 자신의 삶에 시시콜콜 참견하는 누나와 자주 부딪히고 무언가를 숨기는 듯 가족들과 거리감을 두는 인물이다.
이가섭은 작품 속 재윤을 ‘예민하고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그가 집중한 건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나오는 호흡’ 이었다. “가족 서사라 흐름에 잘 따라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애써 뭘 하려고 하진 않았죠. 재윤은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인물 같아요. 인물들이 놓이는 상황과 그 안에서 인물 간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
“다 선배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잘 촬영할 수 있었어요. 워낙 잘 리드해줘서 슛 들어가기 전 쉬고 있을 때 느낌이 그대로 영화 안에 담겼죠. 쉬는 시간에 “우리 뭐 먹지?”라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게 주였어요. 그래서 다시 촬영에 들어가면 그 감정이 유지가 되니까 더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재윤은 가족에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재윤은 ‘가족이라서 더 말 못 한 거라고’ 생각하는 쪽에 가깝다. 이에 대해 이가섭은 자신의 경험담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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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재윤에 대해 생각했던 게 혼자 자취하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저도 서울에서 혼자 산 지 오래 됐는데, 부모님이 아프냐고 하면 아파도 안 아프다고 얘기하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면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얘기하고 그랬거든요. 서로의 배려 이런 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복합적으로 오지 않았을까 싶었죠. 이걸 누구한테 얘기할 수 없는 것들도 있겠고. 자꾸 챙겨주는 게 좀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 속 미정은 ‘웃기는 가족’이라고 표현한다. 이가섭은 “각자의 방법으로 배려를 해서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게 이해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딱 그런 느낌의 이야기에요.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을 감독님께서도 자주 쓰시더라고요. 다른 방식으로 배려를 하던 식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한 발짝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재윤이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는 게 중요하다기 보단, 이런 가족도 있고 저런 가족도 있다고 봤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이니까요.”
이가섭은 첫 주연작인 ‘폭력의 씨앗’(2017)으로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른 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스스로도 서른 살의 자신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엔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 없이 긍정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수차례 인터뷰에서 말한 “눈이 좋은 배우가 되길” 희망하는 마음도 그대로이다. 2019년의 마무리 역시 차분히, 또 즐겁게 해 내갈 계획이다.
“단편도 촬영하고 부산 영화제도 갔었고 ‘니나내나’도 개봉을 하게 돼 마무리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니나내나’로 관객들이 따뜻함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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