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선수 소개와 함께 티잉 구역에 등장한 선수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선수들은 어색해하면서도 준비한 춤동작을 다 마친 뒤 관중석 갤러리들에게 인형을 던져주는 팬서비스를 했다.
29일 경북 경주의 블루원디아너스CC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치열한 시즌을 마치고 모인 팀 LPGA 선수들과 팀 KLPGA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다. 이 대회에는 LPGA와 KLPGA 투어에서 각각 13명의 한국(계) 선수가 출전했다. 이벤트 대회이기는 해도 우승팀에 7억원, 준우승팀에 5억원이라는 꽤 큰 상금이 걸려 있고, 묘한 자존심 다툼과 책임감도 있어 막상 경기를 시작하면 승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첫날 포볼(각자 공을 쳐 나은 스코어를 팀 점수로 삼는 방식)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KLPGA 투어 신인 임희정과 2년 차 최혜진에게 집중됐다. 특히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임희정은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 한 홀 리드를 이끌어냈다. 13번홀(파3)에서 홀인원성 버디를 작성하는 등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5개나 몰아쳐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임희정은 후반기 들어서만 3승을 올린 ‘슈퍼루키’다. 부상으로 전반기에 부진했던 탓에 신인상 포인트에서는 2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다승 부문에서 당당하게 2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는 다승왕(5승)을 포함해 전관왕 위업을 달성한 최혜진과의 찰떡 호흡이 빛났다. 중간에 임희정이 다소 주춤할 때는 최혜진이 나서 홀을 가져갔다. 16번홀(파5)에서 임희정의 버디로 이기면서 박인비-대니얼 강 조를 2홀 남기고 4홀 차(4&2)로 제압했다. 이 대회 1무5패 끝에 첫 승을 거둔 최혜진은 “박인비 언니와 3년 연속 포볼 매치로 만났는데 2년간 쓴맛을 본 끝에 처음 이겼다. 두 번이나 졌던 기억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임)희정이가 잘 끌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해 선배인 최혜진은 경기 중 결정적인 퍼트를 넣은 임희정의 엉덩이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임희정은 “(최)혜진 언니 덕분에 편하게 경기했다. 내일(30일)은 더 실수가 적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넘버원’ 최혜진이 승전고를 울리자 ‘미국 넘버원’인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질세라 승점 1점을 따냈다. 유소연과 짝을 이뤄 팀 KLPGA의 김지현-조아연 조를 2홀 남기고 3홀 차(3&2)로 물리쳤다.
교포 선수끼리 호흡을 맞춘 팀 LPGA의 리디아 고-이민지는 김지영-최예림을 한 홀 남기고 3홀 차(3&1)로 꺾었고, 팀 KLPGA의 박채윤-장하나는 김효주-지은희를 3&1, 김아림-박민지는 허미정-이정은을 4&3으로 비교적 손쉽게 물리쳤다. 팀 LPGA 양희영-이미향과 팀 KLPGA 이정민-이다연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이정민의 17번홀(파3) 버디가 귀중한 0.5점을 팀 KLPGA에 안겼다. 3.5대2.5로 팀 KLPGA가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대회 이틀째에는 포섬(번갈아 치기)으로, 마지막 날은 1대1 매치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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