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9 미즈실버코리아’가 개최됐다. ‘미즈실버코리아’는 50세 이상 여성들에게 꿈과 용기. 그리고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종합예술축제로 여성의 건강한 삶과 아름다운 삶을 찾는 것에 취지를 둔 대회다. 이번 대회에선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을 포함해 총 24명의 출연진들이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한복모델상,베스트 인텔리젼트상을 수상한 송금자, 송순애, 임여국씨에게선 건강한 에너지가 넘쳐났다. ‘나초팀’(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 팀)으로 미즈실버코리아 쇼케이스에 참가해 시를 낭송한 바 있는 이들은 입을 모아 “제 2의 인생을 시작 한 것 같다”고 말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긍정바이러스를 간직한 ‘지혜로운 사람’을 꿈꾸는 50대 임여국씨, 꿈과 열정 그리고 도전의 아이콘인 60대 송순애씨, 백만불짜리 미소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70대 송금자씨를 만나 미인대회를 마친 소회와 추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송금자, 오드리헵번의 미소를 간직한 70대
“금자의 전성시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평소 꾸준히 힘 써온 건강관리의 결과는 이번 대회에서 비로소 빛을 발했다. 50대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활기가 넘친 송금자씨는 “힘든 강행군에도 쓰러지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외면과 내면도 중요하지만, 첫째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미즈실버코리아 대회준비과정인 아름다운 교육을 받기 위해서 약 6개월 동안 순천과 서울을 오갔어요. 새벽 3시부터 준비해서 나와야 서울 교육시간을 맞출 수 있었죠.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참석한 그 열정과 노력만 보면 제 자신에게 대상과 최강열정 개근상을 주고 싶네요.(웃음). 그리고 건강하게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도 더 커졌어요. 7년간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모셨는데, 살아 생전에 늘 저 보고 ‘네가 효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셨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70이 넘은 나이에 미인 대회 출전을 하기로 마음먹기까진 쉽지 않았다. 처음엔 대회 출전을 망설였던 송금자씨는 딸의 권유로 출전하게 됐다. 송금자씨는 교사 재직시절 ‘박봉을 털어 제자를 교육시킨 스승’이라고 지역신문에 소개 될 정도로 남을 위해 늘 헌신하는 삶을 살아온 분이다. “제 고교시절 꿈이 연예인 이었어요. 마음 속에만 간직한 꿈이었죠. 그 꿈에 뒤늦게나마 도전할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무엇보다 제 자신보다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저를 보고 ‘오로지 엄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라’고 했어요. 미인 대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걸 보고 ‘이런 세계가 있구나’란 생각에 놀라기도 했어요. ‘내 자신을 사랑해야겠구나’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그것만으로 큰 수확이 된 것 같네요. ”
단순히 미인대회 경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웃음을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고 전한 송금자씨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주변 지인들은 ‘오드리헵번 미소를 닮았다’고 말하며 이런 친구를 둔 것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마치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았어요. 23일 본 대회 때 친척들이랑 자식들, 손녀들이 처음으로 본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과 우아한 모습, 또 귀엽게 춤추는 모습에 놀랐다면서 엄청난 박수를 쳤어요. 목이 터져라 엄마 이름을 외치는 그 순간의 희열은 평생 잊을 수 없어요. 친구도 제 달라진 모습과 미소를 보면서 ‘오드리헵번’을 떠올렸다고 말했는데 너무 뿌듯했습니다. 또 여국씨랑 쇼케이스 무대를 준비하면서 하룻밤을 호텔에서 같이 보냈는데, 여고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답니다. 밤새 잠도 안자고 ‘엄마야 누나야’ ‘이니스프리섬’ 시 낭송을 연습하면서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거든요. 아직도 ‘나초팀’만 말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
나이를 들으면 모두가 깜짝 놀라는 ‘동안의 왕언니’ 송금자씨의 자기 소개는 ‘나이는 숫자, 인생은 지금부터!’ 금자의 전성시대 시작합니다 였다. 금자의 전성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그녀는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계획 중이었다.
“ TV로만 기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아프리카 현지로 직접 가서 봉사활동 경험을 하고 싶어요. 현장에 직접 가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직접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많은 금액은 아니겠지만 기부를 하고 싶어요. 그 꿈이 현실이 됐으면 하고 나랑 같이 동참해줄 친구들이 있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 송순애, 꿈과 열정, 도전의 아이콘 60대
“미즈실버코리아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느꼈어요”
35년의 공직자로서 임무를 다하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미인대회에 출전했다는 송순애씨. 약 2달여간 고민을 하다가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모토처럼 ‘도전도 해보지 않고 후회하지 말고, 해보고 후회하자’ 정신도 작용했다. 그렇게 제 2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
“자신감과 당당함을 얻었어요. 꿈에서만 그렸던 새로운 세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도 잊을 수 없어요. 똑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이 곳에서, 또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이 대회를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을 얻었어요. 교육이 끝나고 차 한잔 하면서 수다 떨고, 세상 사는 것을 배웠어요. 인간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베스트 한복모델상을 받은 송순애씨는 무대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었다. 두루 두루 모나지 않고 공동체에 잘 어울리는 ‘어울림상’에 제격이기도 했다. 쇼케이스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참가자는 그였다. 본인이 준비한 ‘줌마 댄스’를 즐겁게 소화한 것은 물론, ‘나초팀’의 우쿠렐레 반주도 도 맡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원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장기자랑을 할 때마다 뒤에서 진심으로 호응을 해주면서 함께 댄스를 춘 것. 무대를 제대로 즐기는 전문가를 만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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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날에도 진짜 ‘덜덜’ 떨어서 얼굴에 경련이 생길 정도였지만 실컷 웃으면서 무대를 즐겼어요. 무엇보다 쇼케이스 때가 가장 즐거웠어요. 여기서 판을 깔아줬으니 난 후회없이 최고로 신나게 무대를 즐기자 마음 먹었거든요. 처음엔 준비한 무대를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나름 실수 하지 않고 끝내서 진짜 기분이 좋았어요. 다른 사람이 장기자랑을 할 때 같이 춤 추면서 진짜 신나게 즐기고 왔던 날입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내 무대 뿐 아니라 다른 사람 무대도 같이 즐기고 오니 정말 행복했어요. ”
올 연말 정년퇴직을 앞둔 송순애씨는 이 무대를 시작으로 빛나는 자신만의 ‘시니어 시대’를 열어가고자 희망했다.
“‘송순애는 도전 하는 사람이다’란 물꼬를 텄으니까 시니어 모델이 본격적으로 나의 일이 될 수 있게 준비하고 싶어요. 경험해보지 못한 이 곳의 세계가 제가 미리 짐작한 부분이랑 일치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나름 있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확실한 나의 가치관을 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와보니 성격도 제각각이고, 경제적인 면, 생활방식도 다 달랐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현재 상황을 다른 사람들 기준에 맞출 게 아니라, 내 기준에 맞추는 가치관 확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퀸의 왕관을 써서 행복한 것만이 아니잖아요. 자신만의 가치관과 행복을 재정의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깊었어요.”
향후 꿈은 건강한 시니어 CF모델이 되는 것. “퇴직을 하고 나면, 먼저 우리나라 최남단에서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요. 특히 시니어 세대의 건강한 문화를 활성화시켜보고 싶어요. 거창한 탤런트가 되겠다는 게 아닌, 시니어 CF 모델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싶어요. 시니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모습들을 어필하고 싶어요. 현재 제가 그 누구보다 건강하니까요.”
◇ 임여국, ‘잘 될 거야’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50대
“제게는 많은 아들 딸들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엄마, 친구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독일어 교사로 13년 영어교사로 17년을 근무하고 올해 명예퇴직을 앞 둔 임여국씨는 하늘의 명을 깨닫는 지천명이란 나이인 51세가 된 어느 날 갑자기, ‘나이만 먹었지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 하늘의 뜻을 알아낼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삶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 미인대회에 출전한 것.
“50대 이상의 인생경험이 풍부해서, 모든 것을 엄마처럼 품을 줄 아는 사람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출전했습니다. 여기 왕언니(송금자)도 계시지만, 많은 동료 언니들을 알게 되면서 남을 위하는 마음, 다정한 마음, 지혜 등 그런 걸 얻어갈 수 있는 대회였어요. ”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임여국씨는 인터뷰 내내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프라이즈한 일상들이 펼쳐졌다“고 표현했다.
“제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것 얻어간 대회였어요. 인연이라고 하죠. 늘 제 곁에 있었던 우리 가족에 대한 고마움은 물론 친구들, 제자들, 교수님 등 ‘제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이 소중하구나’란 깨달음을 얻었어요. 어려울 때 손을 기꺼이 내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택시기사, 버스기사, 동네 사람들 모두가 제가 미인대회 나가는 걸 응원해주셨어요. 제가 만난 모든 인연들이 소중하고, 앞으로 오는 인연도 소중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 대회를 통해 얻은 것도 있지만, 좋은 인연을 통해 얻은 것들이 참 많았어요. 정말 서프라이즈한 선물들을 많이 받았거든요. 대회 기간 동안 카이 콘서트도 가서 박인수 교수님이 제자와 함께 온 몸을 불사르는 공연을 볼 수 있었어요. ‘세계 4대 오페라 축제 10대 오페라 가수 공연’에선 소프라노 김영미 교수님이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았어요. 좋은 인연을 얻었을 뿐 아니라 클래식 공연, 패션쇼 등을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았어요. 잊을 수 없는 서프라이즈한 순간이었어요.”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인텔리전트 상을 수상한 임여국씨는 미국 아이비리그대학 중의 하나인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2년만에 취득한 뒤, 현재도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공부하고 있는 엘리트이다. 늘 공부를 게을리지 하지 않는 임여국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제 2의 인생이 열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제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지혜로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조금씩 깨닫게 되었어요. 50이라는 나이는 이제 늙어서 예쁘지도 않고 집에서 가정일이나 하며 쉬어야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전 세계에 아직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미즈실버코리아’를 통해 50대에도 예쁠 수 있고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듯이 그런 지혜를 세계의 다른 여성분들과 나누어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인생보다 앞으로 50대 이후의 인생이 더욱 의미 있고 바빠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꿈 많은 여고생처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임여국씨는 라디오 방송, 시니어 모델 등 가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라디오방송에서 사회자로 활동하고 싶어요. 다음 해 미즈실버쇼케이스 사회자로 나서고 싶은 꿈도 있어요. 시니어 모델로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꿈도 빼 놓을 수 없어요. 곧 시니어를 위한 유튜브 방송도 만들 계획입니다. 마지막 꿈은 재외동포들을 위해 한국학교도 지원해주고, 한글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교육지원사업도 펼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한국교육원의 원장으로 일해보고 싶어요. 마치 지금 BTS가 자신들의 위치에서 우리나라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듯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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