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천 등에서 공공택지에 분양가를 결정하는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공공위원 비중이 두 배로 증가했다. 민간 전문가는 줄고 공공위원이 늘면서 분양가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과천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과천시청은 민간위원 6명, 공공위원 4명으로 새 분양가 심사위원회를 꾸렸다. 지난 7월 구성원은 민간 7명, 공공 2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 전문가는 줄고 공공기관 출신 위원들이 두 배 늘어난 것이다. 과천 분양가 심사위는 이후 회의에서 지자체 입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지난달 말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와 관련한 분양가 재심사 회의가 열렸는데 심사위는 첫 심사와 달라질 바 없다는 취지로 ‘부결’한 것이다. 7월 첫 심사에서 이 단지는 신청자와 심사위 간 분양가가 400만원가량 차이가 났고 사업자 측은 해당 분양가로는 손실이 발생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후 9월 기본형 건축비가 오르면서 사업자 측은 상향 조정을 기대하며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결국 지자체 의견대로 확정된 것이다.
과천뿐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위원들을 대폭 확충하고 있어 지자체 의견대로 분양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보다 더한 분양가 통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가 대표적이다. 고양시는 능곡1구역과 관련해 분양가가 높다며 HUG 분양 보증을 받은 공고를 두 차례나 불승인했다. 일부 지자체의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의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내년 5월부터는 서울 일부 민간택지에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 심사위를 거쳐야 한다. 분양가 심사위는 택지비·표준형 건축비와 가산비를 합산해 분양가를 산정하는데 산정 가격은 지자체 입장에 맞춰 보수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일방적 분양가 억누르기로 인해 정비사업의 파행과 주택공급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깜깜이 심사’ 여전...분양가 통제, 수도권 전반 확산될 수도>
아파트 분양가격은 그동안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통제해왔는데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입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공포된 주택법 시행령 제64조에 따라 분양가심사위의 민간위원은 줄고 공공위원은 늘었다. 6~8명이던 민간 전문가는 6명으로, 공공기관 출신 위원은 2~3명에서 4명으로 바뀌었다. 구성원 비중에서 지자체 측 인사가 절반에 육박한 것이다. 공공위원 자격으로 한국감정원과 HUG 직원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분양가 통제가 수도권 상당수 지역과 민간택지까지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천 등 전방위 분양가 억제=개정안에 따라 처음으로 새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심사위를 개최한 과천에서부터 벌써 잡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29일 과천 분양가심사위에서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분양가 재심사를 ‘부결’ 처리했다. 7월 1차 심사에서 정한 3.3㎡당 2,205만원에 변함이 없다는 취지다. 사업자인 대우 컨소시엄 측의 3.3㎡당 2,600만원과는 차이가 크다.
과천시는 분양가심사위에 대한 투명성은 정작 개선하지 않았다. 그간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개했던 심사위원의 담당 분야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다. 1차 심사에는 일부 공개된 심사 회의록 또한 알리지 않기로 했다. 과천시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관심이 많고 민감한 분양이라서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맞춰 담당 분야와 심사위원장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회의록 또한 분양 공고가 난 후 협의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이 됐지만 여전히 깜깜이로 분양가를 산정한 셈이다. 여기에 일부 전 심사위원은 시청으로부터 임기만료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언급하는 등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공택지의 분양가 통제는 과천뿐만이 아니다. 북위례도 8월 중 분양을 목표로 했던 ‘호반써밋 송파 1·2차’와 관련해 10월 분양가심사위를 열었지만 건설사와의 견해차로 분양이 늦춰지고 있다. 양측의 분양가는 300만원가량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에서는 11월까지 분양할 예정이었던 ‘위례 우미린 2차’ ‘위례 중흥S클래스’가 모두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는 공공택지가 아닌 지역에서도 분양가를 낮추라고 압박을 가했다. 능곡뉴타운 첫 분양 단지인 ‘대곡역 두산위브’는 두 차례나 입주자모집공고가 불승인됐다. HUG로부터 3.3㎡당 1,850만원에 분양보증서를 받았지만 고양시가 고분양가를 이유로 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고양시는 또 민간택지를 대상으로 분양가심사위를 열어 권고안 형태로 3.3㎡당 1,615만5,000원의 분양가 산정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고양시는 지난달 주거정책심사위원회에서 고양시의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자 그제야 3.3㎡당 1,753만원 분양가에 승인을 내렸다.
◇분양가 ‘찍어누르기’ 수도권 확산=지자체의 이 같은 분양가 옥죄기는 집값 상승률이 높은 성남·하남·광명 등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에서 주민의 관심이 쏠린 분양단지에 분양가 억제책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저렴한 분양가로 지역 주민에게 1순위로 청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앞으로 선거 국면 등에서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주요 선호지역은 분양가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앞서는 만큼 대부분 ‘로또 분양’”이라며 “중도금 대출 제한 등 지역주민에게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 분양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지자체의 성과가 됐다”고 언급했다.
서울 주요 자치구 역시 마찬가지다. 분양가심사위에서 공공위원이 증가한 만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분양가는 지자체 의지대로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앞서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등 27개 지역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분양가심사위를 거쳐 분양가가 확정되는데 공공위원이 늘어난 만큼 지자체의 의지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공급 지연으로 시장 악영향 예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자체의 분양가 옥죄기가 결국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과천은 청약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7월부터 현재까지 아파트값이 10.1% 올랐다. 전셋값은 무려 13.39% 급등했다. 과천 원문동의 ‘과천 래미안 슈르’ 전용 84㎡의 전셋값은 지난달 말 9억원에 거래되며 7월 7억원 중반대에서 시세가 껑충 뛴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지연에 따른 피해는 청약 대기자가, 사업지의 후분양 선택에 따른 고분양가는 수분양자가 떠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해할 만한 합리적인 분양가로 시의적절하게 공급이 이뤄져야 분양시장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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