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다양한 고기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접목했습니다. 식재료 산업도 개인맞춤형, 소량 트렌드에 맞게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축산유통 스타트업인 육그램의 이종근(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푸드테크 세미나’ 강연 후 본지와 만나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고급 고깃집들이 줄폐업하는 것은 소비자의 다양성, 외식시장의 파편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형음식점·공유주방을 겨냥해 고기 전문 유통 플랫폼기업인 육그램을 지난 2017년 말 창업했다. 다수 소비층 80%가 20%의 핵심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만든다는 롱테일 법칙이 육류시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는 확신에서다. 그는 “다양한 고기 요리 주문들이 소형식당·공유주방에 들어가면 식재료 배달업체를 거쳐 육그램까지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만들어진다”며 “롱테일 시장과 온라인의 결합이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한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그램은 수도권 지역 당일배송을 내세운 ‘미트퀵’ 서비스와 소량으로 여러 부위 고급육을 묶어 파는 ‘육그램몰’ , 일반 정육점보다 고기를 최대 40% 싸게 파는 ‘마장동소도둑단’ 등을 운영한다. 맞춤형 고기판매로 인한 입소문에 힘입어 육그램은 월매출이 30억원을 웃돌 만큼 급성장했다.
이 대표는 “가처분소득이 줄어 고기를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1인가구, 다양한 부위를 한번에 맛보고 싶은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육류 소비성향 데이터를 모아 만든 ‘미트 프로파일’ 시스템은 지역별·취향별로 선호 고기를 분석해 각 음식점들에 육류 추천도 한다. 이 대표는 “진짜 고기뿐 아니라 식물성 대체육도 제공한다”며 “IT를 결합해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실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월 퓨전한식 브랜드 ‘월향’의 이여영 대표와 합작해 서울 역삼동에 미래형 레스토랑 ‘레귤러식스’를 개점했다. 이 식당은 원두커피를 직접 내리는 바리스타 로봇과 무료 시식빵 등을 나눠주며 매장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로봇 등을 운용하고 있다. 고기 장인들의 레시피 정보를 입력해 자동으로 숙성(에이징)시키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외식과 IT가 만난 레스토랑인 셈인데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에게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오픈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방송국 PD로도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KAIST 창업아이디어대회에서 중고거래시스템으로 수상한 것을 계기로 e러닝·푸드 사업 등에 뛰어들었지만 연거푸 실패했다. 쉬는 동안 당시 떠오르기 시작한 식품배송사업에 착안해 육류로만 승부하겠다며 세운 회사가 육그램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고기를 판다는 게 원칙”이라며 “IT는 단순히 집객 효과를 넘어 육류유통에 혁신을 더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