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차를 내고 연말 정국 구상에 돌입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업무를 재개한다.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의 외교 일정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보회의가 3주 만에 열린다.
문 대통령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금요일(11월29일) 하루 연가를 낸 덕분에 주말 동안 책 세 권을 내리읽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쓴 ‘슬픈 쥐의 윤회’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통일, 청춘을 말하다’ 등 세 권의 책을 권했다. 이 가운데 ‘통일, 청춘을 말하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 교수의 대담을 책으로 펴낸 것으로 남북 간의 체재 인정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평화 통일 구상 등이 담겨 있다.
취미인 독서를 통해 피로를 푼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연말 정국은 매우 엄중하다. 국회에서 선거법을 두고 극한대치가 벌어지는 데 이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도 참석하는 만큼 이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핵심참모들이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에서 “참모들의 불법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나 의혹은 갈수록 증폭된다. 피의사실을 흘리는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서 노 실장이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검찰을 겨냥한 추가 발언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총리와 법무부 장관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 역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야당이 선거법 개정 등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 정국까지 전개된 가운데 개각을 통해 정국의 변수를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문제와 더불어 연말까지 풀어야 할 외교 이슈는 더 복잡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이달 말 예고된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1+1+α’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과의 접견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요청하는 한편 연말을 시한으로 둔 북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중국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