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의 해외 출국자 수는 2,87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첫 해외 출국자 3,000만명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국민 10명 중 6명꼴로 1년에 1번 이상 해외로 떠나는 셈이다. 이처럼 해외여행객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운전을 하려면 출국 전 국제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받거나 출국 후 한국대사관에서 기존 한글면허증을 번역한 자료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는 더 이상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운전면허증 뒷면에 이름과 생년월일, 면허번호, 운전 가능한 차종 등 운전자에 대한 주요 정보가 영어로 적힌 영문운전면허증 발급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면허증만 있으면 별도로 국제운전면허증을 따지 않아도 영국과 캐나다·호주·괌·싱가포르·스위스 등 해외 33개국에서 운전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국제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해 매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새로 갱신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영문운전면허증은 국내 면허증과 갱신기간이 동일해 잦은 교체에 대한 부담이 적다.
해외에서도 사용 가능한 영문운전면허증은 9월16일 처음 도입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10월 말까지 18만건 넘게 발급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문운전면허증을 포함한 전체 운전면허증 발급건수(47만554건)의 38%를 차지하는 규모다. 그야말로 도로교통공단의 히트상품인 셈이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국민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처음 도입한 영문운전면허증 발급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경찰청과 함께 우리 국민의 여행수요가 많은 국가에서도 영문면허증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미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아직 영문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없다. 윤 이사장은 “미국은 주마다 교통법규가 제각각이라 일괄 적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현지 당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적용 국가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도로교통공단은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나 면허시험장을 직접 찾아가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주요 국제공항 내에 국제운전면허 발급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출국 전 당일에 국제면허증을 받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장기 체류자의 경우 운전면허 적성검사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 윤 이사장은 “앞으로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도 안전하고 편안히 운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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