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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구절...술 한모금...인생을 만나다

<詩앱 시요일 '잔을 부딪치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 출간>

그집 앞·술한잔·소주는 달다 등

酒 주제로 한 52편의 詩 모음집

술·문학 뗄수없는 영원한 동반자

다양한 삶의 이면도 엿볼 수 있어





프랑스의 천재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술(酒)이든, 시(詩)든, 덕(德)이든, 그 무엇이든 당신 마음 내키는 대로. 계속 취하라.’고 했고, 중국 시선(詩仙)으로 추앙받는 당나라의 시인 이백은 170수에 이르는 주시(酒詩)를 남겼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당대 최고의 문인들은 하나같이 술을 가까이 한 애주가였다. 술을 통해 번뜩이는 영감을 얻듯이 술이 시상을 떠올리게 하고 시가 술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가장 가까운 존재인 술을 주제로 한 시도 많이 남겼다.

술과 문학은 오래전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 중에서도 시는 술과 곁들여 흥취를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짝이다. 술을 주제로 시 52편을 한데 엮어낸 술 이야기 모음집이 나왔다. 국내 최초의 시(詩)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은 최근 술 이야기 모음 시선집 ‘잔을 부딪치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를 출간했다. 시요일 애플리케이션에 수록된 4만3,000여 편의 시들 중 술과 관련된 시 52편을 엄선했다.

신동엽, 기형도부터 이제니, 손미까지 오래도록 읽히며 앞으로도 사랑받을 시인들의 시에는 저마다 필치로 써 내려간 각자의 ‘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가 가장 담아내기 쉬운 주제인 술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삶과 사랑, 이별, 좌절, 위로, 반성 등을 노래한다. 기형도의 ‘그집 앞’이나 신동엽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처럼 대중적인 시부터 유진목의 ‘혼자 있기 싫어서 잤다’나 정호승의 ‘술 한잔’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시까지 세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존재해왔던 술을 노래한 시의 정수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박준은 ‘술잔에 입도 한번 못 대고 당신이 내 앞에 있다/술이 깨고 나서 처음 바라본 당신의 얼굴이 온통 내 세상 같다’(당신이라는 세상 중)며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 기형도는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그집 앞)라는 구절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술로 표현한다. 박소란의 ‘잔은 또 그렇게 차오를 테지/댓잎에 빙의된 바람도 자리를 찾아 고된 몸살을 다독일 테지’(기침을 하며 떠도는 귀신이)에는 좌절과 위로의 목소리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혼술(혼자 마시는 술)’ 이야기도 실렸다. 이백의 ‘술친구 없이 혼자 마시네/잔을 들어 달빛 부르니/그림자도 와서 셋이 되었네’(달빛 아래 혼자 술을 마시며)와 정호승의 ‘인생은 나에게/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술 한잔), 허수경의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혼자 가는 먼 집)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혼술의 의미를 써내려 간다.

시에서 등장하는 주종도 다양하다. 신경림은 ‘줄포’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김사인은 ‘소주는 달다’에서 미지근한 소주를, 박소란은 ‘기침을 하며 떠도는 귀신이’에서 뜨끈한 정종을, 김소연은 ‘열대어는 차갑다’에서 차가운 맥주를 등장시킨다. 이외에도 문태준의 ‘논산 백반집’, 도종환의 ‘인포리’, 이병률의 ‘벼랑을 달리네’ 등 다양한 술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 표지는 정겹고 친근한 이미지의 맥주로 장식됐다. 맥주병 옆에 놓인 가득 채워진 맥주잔은 언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처럼 이 책 또한 독자들이 오랫동안 곁에 두고 쉽게 덮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커버 띠지에는 한 주에 시 한 구절을 만날 수 있는 2020년 주력(酒曆)이 수록됐다. 편집자는 “일상에서 술은 현실 도피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삶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이기도 하다”라며 “술에 대한 시를 담은 이 책은 어디를 펼쳐도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만나게 하는 동시에 마음 한편 깊숙이 자리 잡은 시적 감동을 안겨 준다”고 전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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