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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집값 안정화 위한 18번째 대책은

강동효 건설부동산부 차장





“집값이 더 오른다고 보면서 요즘 팔려는 매물이 없어요.”

최근 서울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들려오는 말은 매물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도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늘었다고도 전했다.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고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무려 17개다. 규제 정책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꺼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도 집값이 되레 올랐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열여덟 번째 대책까지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열여덟 번째 대책은 뭐가 될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가 유력하다. 정부는 지난달 초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했다.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였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경우 다른 지역도 바로 포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번째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공시가격 상승 등 보유 부담 확대다. 정부는 이미 종부세 인상으로 세수가 증가한 만큼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세 번째는 대출 규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더 낮춰 주택 시장에 흘러가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이 세 가지 대책을 동시에 쓰면 서울 아파트값이 과연 떨어질까. 정책 효과로 부동산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이제 시장에 많지 않다. 세 가지 대책 모두 부작용만 키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확대하면 ‘풍선효과’로 인접 지역으로 관심도가 옮겨간다. 오히려 정비사업 위축으로 공급물량만 줄어든다. 종합부동산세를 현저히 높여도 양도소득세 인하 없이 주택을 팔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보유세로 수백만 원을 더 내더라도 억 단위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안 내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를 더 강하게 하면 결국 피해는 중산층에 돌아간다. 주택 구입자금이 없어 은행 문턱을 오가야 하는 건 일반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청약 시장의 ‘줍줍족(청약요건 적용을 받지 않는 미계약분을 줍고 또 줍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현금 부자들은 대출 규제를 하건 말건 신경도 안 쓴다.

그럼 과연 집값을 잡기 위해 필요한 열여덟 번째 대책은 무엇이 돼야 할까. 주택 시장의 심리를 잡는 방안이 최우선돼야 한다. 현재처럼 규제로 누르면 누를수록 수요는 강해진다. 정부가 정말 집값을 안정화할 의지가 있다면 공급신호를 강하게 보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정비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아파트 층높이 규제를 낮추고 주거지역 용적률도 높여야 한다. 서울에 주택공급이 과도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신호가 나와야 한다. 시장심리를 잡는 순간 집값은 곧바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지금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은 불안한 마음에 매일 부동산 시세를 들여다본다고 한다. 정부가 규제로 가득한 열여덟 번째 대책을 내놓는 순간, 이들에게는 여전히 절망만 보일 뿐이다.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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