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금융권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CEO 인선 때마다 계속된 관치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과거 KB나 우리금융 등 굵직한 인선 때마다 후보자가 당국은 물론 청와대·정치권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실제 정권 실세를 뒷배로 둔 사람이 선임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이 생겼고 비자금 문제로 검찰 조사까지 이어졌다. 신한금융이 과거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내년 1월 조 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과도한 인사 개입에 나설 경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선이 한창인 기업은행장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장은 2010년 내부 승진 행장 배출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정부에는 낙하산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든 자리다. 연초부터 차관급 인사가 후보로 거론됐고 지금도 4~5명의 관료 출신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금융투자협회장도 유력 인물들이 출마를 포기한 후 증권사 대표와 금감원 출신 인사 대결로 압축되는 모습이다. 협회장 선거는 회원 투표로 결정되지만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금융사 CEO 인선에서 능력만 뒷받침되면 관이냐 민이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관이 인선 과정을 ‘치(治)를 위한 도구’로 삼는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판의 본분을 잊고 선수로 같이 뛴 관의 존재가 그동안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봐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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