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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파파가 세상을 바꾼다] 문턱 낮은 '열린 유치원' 신뢰 얻어...학부모회의엔 절반이 아빠

<3> 노르웨이

사전등록 없이 원할때 등원 가능

선생님도 지자체 검증한 교육자

육아부담 덜어주는 지원군 역할

1~5세 아동 등원률 90% 웃돌아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있다. /오슬로=박진용기자




“어린이집은 노르웨이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

어린이집 이용 만족도에 대한 노르웨이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노르웨이 어린이집은 ‘워킹맘의 신뢰’와 ‘계층 간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유치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남들보다 특별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열망 등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는 영어유치원, 고액의 사립유치원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뢰할 만한 어린이집=톤스버그 시청에서 유치원 감독관리를 담당하는 아니타 셸데룹씨는 노르웨이 사회가 10여년전부터 유치원 관리 감독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09년 아동의 발달과 인종, 문화, 언어 등 사회적 배경이 다른 아동들의 통합과 형평성 제고를 위해 1~5세 아동이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법정 권리로 지정했다. 그는 “학생정원 대비 충분한 선생님을 확보했는지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이 실제로 운영되는지 지자체 차원에서 현장지도 점검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며 “유치원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관련 예산과 학생 대비 선생님 정원 기준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어린이집 교직원을 수년째 확충한 결과 현재 교직원 대 아동 비율은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부 주도로 어린이집 이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노르웨이 1~5세 아동들의 유치원 등원률은 2002년 65.9%에서 꾸준히 상승을 거듭해 2012년부터는 90%를 웃돌고 있다. 10년 만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노르웨이 보육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상황이든지 아이들 곁에는 항상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구현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양성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가치를 위해 남성교사, 성소수자 교사, 다문화교사 등 채용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했던 이우현 씨는 “사립 유치원을 포함해 모든 유치원비가 동일하고 교사들의 임금도 같다 보니 계층과 상관 없이 집과 가까운 유치원에 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아니타 셸데룹씨가 노르웨이의 유치원 관리감독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톤스버그=박진용기자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유치원 이용률이 높은 것은 부모들의 신뢰를 받는 동시에 계층 불문하고 이용 문턱이 대폭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무료로 운영되는 열린 유치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열린 유치원은 사전에 등록할 필요 없이 부모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다. 열린 유치원에 근무하는 선생님은 모두 지자체 소속으로 검증된 교육자들이다.

이 씨는 “열린 유치원은 공립유치원을 신청했으나 자리를 얻지 못했거나 노르웨이 사회에 적응을 미처 하지 못한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어 노르웨이 학부모들은 (키즈카페 등)다른 어느 장소보다 열린 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유치원 비용부담 역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년 전까지는 공립 유치원 이용료 중 30%(나머지 70%는 정부 지원)를 학부모가 부담했는데 올해는 대략 15%만 지불하는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2015년에는 전일제 유치원 이용 시 부모의 부담비용(한 아이 기준)이 가족 전체 소득의 6%를 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저소득 가정의 경우 3~5세까지는 주당 최대 20시간까지 유치원을 무료로 다닐 수 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은 워킹맘은 물론 아빠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아니타 셸데룹 씨는 “20년 전만 해도 아빠 육아는 노르웨이 사회에서 상당히 낯선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됐다”며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회의를 개최하면 거의 절반은 아빠가 온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이용률이 활성화된 것은 ‘자기 주도권’에 방점을 두는 노르웨이 특유의 자녀교육 철학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르웨이 부모들은 어린이집과 같이 낯선 곳에 자신의 아이를 맡기는 것에 불안을 느끼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인식한다. 이 씨는 “아이들이 놀이터의 나무에 올라가려고 하면 한국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무조건 금지하겠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일단 올라가도록 허락한다”며 “아이가 내려오지 못하거나 겁을 내면 즉시 도와줘 심리적으로 안정시킨 뒤 어떤 점이 위험했는지 가르친다. 오히려 나무 위에 올라가도 아이가 겁을 내지 않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는 경우라면 내버려둔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렇게 보육시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노르웨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노르웨이인들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했다. “노르웨이에 조기교육은 없습니다. 다만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유대감을 느끼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싸움이 발생하면 때린 아이나 맞은 아이에게나 중요한 교육적 상황입니다. 보육 교사 확충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이유죠.”
/오슬로·톤스버그=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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