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을 코앞에 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을 예고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험 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 등 최대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술적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미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올해 여름부터 이동식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용하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곳에 증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증설 중인 콘크리트 토대는 가로·세로 크기가 모두 수십m에 달해 ICBM 이동발사대도 올려놓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콘크리트 토대를 증설하는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따른 제재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의 신호탄으로 ICBM 도발을 경고한 바 있다. ICBM은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인 만큼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 내부에서 연말 시한을 앞두고 ICBM 발사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겨냥한 ‘칼’이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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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립연구원과 에어버스의 인공위성이 지난 11월1일 북한 동창리 서해발사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차량과 장비들의 움직임이 늘어난 정황이 포착됐다. 국정원도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차량과 장비 움직임이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미협상 결렬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가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종연구소는 이날 배포한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 보고서에서 연내 북미협상이 결렬될 경우 북한은 내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독자관광을 활성화하는 ‘쿠바 모델’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에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핵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취할 수 있는 대응방법의 하나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플랜B’ 차원의 대비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것 같으며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력갱생 구상을 분석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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