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과의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합리적으로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대폭 증액은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정 대사는 오는 3~4일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과 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를 위해 이날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정 대사가 대폭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만큼 한미 간의 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는 진통이 예상된다.
정 대사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강조한 뒤 “최종적으로는 한미동맹이나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 “기본적으로 SMA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갖고 있다”며 “(SMA 틀에) 변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에는 여전히 한미동맹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인내를 갖고 논의해 간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 대표 간엔 계속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고,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엔 “저희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대안들을 준비하고 왔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꺼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역시 내년 재선을 위한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만큼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은 동맹국들이 더 부유해진 만큼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방위비 대폭 인상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관련기사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아시아 주요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부담 분담’ 문제와 관련, 최근 수십 년간 양국의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exponentially) 성장했다면서 더 많은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는 4차 회의를 앞두고 한국에 역량 증가에 따른 추가 분담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글로벌 차이나 -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진행자와 토론에서 미국이 동맹에 대해 더 많은 분담을 요청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나는 만족스럽거나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두 번, 일본에서 두 번, 총 6년간 근무했다”면서 1980년대에 처음으로 이들 지역에서 근무한 이래 “양국은 도전에 나섰고, 그들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더 많은(further) 협력 기회를 본다”며 “그리고 우리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협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동맹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이 나라를 대변하며 미국인들을 위해 열심히 싸우기 위해 유럽으로 향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은 일부러 나토와 같은 날에 거짓 탄핵 청문회 일정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