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만 5세 여아가 동급생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건에 대한 공분이 식지 않고 있다.
2일 피해 여아의 아버지가 올린 국민청원은 하루만인 3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8만명을 돌파해 이날 중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 간 성폭력 사고 시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에서 만5세 딸 A양의 아버지는 “가해 아동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부모를 통해 적극적인 피해복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은 고소가 되지 않는다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고, 성남시는 CCTV 영상만으로 사고를 유추해 확정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피해자가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 강제력을 가진 중재기관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4일 A양이 동급생 B군을 비롯한 남자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부모에 털어놓으며 밝혀졌다. 부모가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결과 10월 15일 A양이 남자아이들 4명과 함께 책장 뒤에서 바지를 추스르며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산부인과 진료에서 성적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B군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성남시는 “어린이집 아동 간 성 관련 사고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관내 609개 모든 어린이집 주변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CCTV 설치 및 운영지원 예산을 편성해 촘촘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의 사건 관련 질의에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하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또 “아이들의 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며 “(유아 성폭력을) 어른이 보는 관점에서의 ‘성폭행’으로 봐서는 안 된다. 사실 확인 이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해 사퇴요구가 빗발치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장관의 발언은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을 인용한 것이며, 사실관계 확인 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취지”라며 “피해 아동과 부모,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국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발언으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3일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A양에게 성 관련 피해를 준 것으로 지목된 B군은 만 5세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만큼 경찰은 사실관계 파악 이외에 특별한 조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한편 A양 엄마라고 밝힌 네티즌은 2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로 인해 현 원생 학부모님 피해 본 거 안다. 강당 단상에 올라가 무릎 꿇고 엎드려 사죄드렸다. 원에 분란을 일으켜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허위사실, 명예훼손, 사건처리 부분 등 이 모든 것에 있어 저희 잘못이 있다면 분명 그 벌 다 받겠다. 공론화, 사건의 공개여부 등 원에 이미 다 말씀 드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또다시 네티즌의 공분이 일고 있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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