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마다 자기만의 색을 창조하는 배우 김희원이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 분)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작품이다.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 스핀오프 버전으로 극중 언급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던 귀수의 15년 전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희원은 실력보다는 입으로 한발 앞선 정보력으로 버텨온 관전 바둑의 대가 똥선생을 연기했다. 가늘고 길게 살기 위해 내기 바둑의 브로커 역할만 자처하는 똥선생은 바둑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는 귀수와 함께 전곡을 돌아다니며 판을 짜는 인물. 실력은 부족해도 특유의 넉살과 철저한 사전 조사로 귀수의 복수를 도우며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한다.
진지한 듯 유머러스한 똥선생은 독보적인 캐릭터 구축가 김희원의 고민 끝에 탄생했다. 캐릭터 탐구부터 대본 연구까지, 김희원은 “뻔한 캐릭터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극중 똥선생은 파마를 한 뽀글 머리에 스카프로 멋을 낸 화려한 복장으로 눈길을 끈다. 이는 아무 대사 없이도 남의 시선을 즐기는 똥선생을 표현하기 위한 김희원 나름의 디테일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영화에서 그려졌던 감초들과 달리 다시 보고 싶은 ‘똥선생’이 스크린에 살아났다. 그는 “안 해본 장르였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면서 “소위 말해서 ‘주인공 옆에 따라다니는 웃긴 애’. 뻔한 캐릭터로 보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 설레발을 치는 보통의 감초와는 달리 나는 약간 뒤로 빠져있으면서 살짝 웃기는 방법을 고민했다. 오히려 말은 그만하자고 하면서 반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말을 할 때 어미를 항상 흐렸는데 나만의 디테일이기도 했다. 똥선생이 자신감은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귀엽고 웃기기도 한 인물로 콘셉트를 바꿨다. ”
‘신의 한수’의 장점은 주인공 권상우 포함 6명의 캐릭터가 모두 다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 김희원은 “우리 영화를 현실성 없는 만화처럼 보셨으면 한다.”고 당부하더니 곧 “모든 캐릭터가 이렇게 잘 사는 영화는 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좋았다”며 애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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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를 통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김희원은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데뷔했다. 이후 ‘거북이 달린다’(2009), ‘청담보살’(2009), ‘육혈포 강도단’(2010), 영화 ‘아저씨’(2010)등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다수의 작품에서 섬뜩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악역 연기의 대명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만의 악역은 ‘인간적’으로 보인다. 인간적으로 보일 때 무서움과 악랄함은 배가 된다. 김희원은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악역이라도 연기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하려고 한다. 허성태나 원현준을 보면서도 ‘나랑은 다른 색깔이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다 연기해도 영화 백만 편에 출연하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희원은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심보다는 ‘폭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감히 말을 할 수 없다. 가끔 이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은근슬쩍 던지는 게 다다. 아무리 작은 역할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한가지 더, 이번 영화가 대박 나서 새로운 유행어가 생겼으면 좋겠다. 하하하.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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