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006360)을 국내 최고 건설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킨 허명수(64·사진) 부회장이 17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 난다. GS건설은 허 부회장이 상임고문으로 물러나 조언자 역할을 맡게 된다고 3일 밝혔다. 허 부회장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후배 세대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앞에서 이끌 때”라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건설업계의 ‘위기 극복형 CEO’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CEO를 맡아 9,000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물량을 해결하는 등 GS건설의 위기를 잘 넘긴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이후 폐쇄적 조직 문화를 개혁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위기에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재무 안전성 강화다. 허 부회장은 현금 유동성을 늘리는 등 현금 흐름을 철저히 관리했다. 원가 절감과 수주 확대까지 이뤄내면서 지난 2009년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한국경영자협회에서 주최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상’을 받았다. 또 2012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슈퍼섹터 리더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해외 사업을 강화한 것도 허 부회장의 업적이다. 허 부회장은 2013년 베트남·싱가포르 등에서 적극적으로 사업 활동을 펼치면서 창사 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을 낸 바 있다.
아울러 그는 LG전자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오너 일가의 특혜를 스스로 마다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981년 입사 직후 창원공장에 근무하며 직접 조립을 맡았고, 임원 승진도 일반 직원과 비슷하게 19년이나 걸렸다. 최대주주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2002년까지 상무로 근무했다. ‘누구든 실적 없이 승진 없다’는 GS가(家)의 가풍을 스스로 실천했다는 평가다.
허 부회장은 경영진으로 취임한 이후 매년 전국 현장을 돌며 직원을 챙기는 등 현장 경영에도 앞장섰다. 현장에선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등 스킨십 경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베트남 등 해외에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국 언어로 된 회사 홍보자료를 직접 챙기는 등 ‘홍보맨’을 자처해 해외 파트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지난 2014년 회사 실적이 일시적으로 악화하자 본인 급여를 전액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건설업계 안팎에선 유명한 일화다. GS건설 관계자는 “용퇴 소문이 사내에 돌자 모두가 충격받았다”며 “GS가 5형제 중 뼛속까지 건설맨이셨고, 직원들 역시 부회장에 대한 애틋함이 많다”고 말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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