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대미 강경 기조를 이어간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13차례에 달한 북한의 무력도발에도 김 위원장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새로운 길’을 예고하는 백두산행을 택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북미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도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대화 요구에도 북한이 생존권을 내세우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성명을 통해 연말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위협한 데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201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로켓맨’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계속 로켓을 쏘기 때문에 ‘로켓맨’이라고 부른다”고 최근 북한의 잇따른 방사포 도발에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이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에 쫓기면서 최근 무력도발 및 대미 강경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놓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도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처럼 북한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는 상황을 볼 때 대북 유화정책으로는 김 위원장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벼랑 끝 협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관측된다.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 조야의 비판에도 북한에서 요구하는 톱다운 방식을 주장해온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북미관계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회의론이 우세한 미국에서 대북 추가 양보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양측이 실무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더 줄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도 최근 연말 시한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는 점을 고려하면 대미 외교노선의 기본입장이 정해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북한의 최근 모습을 보면 무력시위 등 대미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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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연일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우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민간항공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스타스(J-STARS)가 이날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해 대북 감시작전 비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감시 및 목표공격 레이더 시스템 등을 탑재한 E-8C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군의 미사일기지,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기지 등 지상병력과 장비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찰기들이 최근 들어 식별장치를 의도적으로 켜놓고 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지역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극적인 반전 가능성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은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 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김정은과 나의 관계는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는 2017년과 같은 전쟁 직전의 긴장 단계까지는 바라지 않으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군사 옵션을 고려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북미 간 경색국면이 이어지겠지만, 양측은 실무협상 재개 등을 통해 파국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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