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을 들여다보면 신설되는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의 의혹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가운데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수처법 제24조에는 ‘처장이 수사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장이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받아 무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만일 법안이 처리된 뒤 급조된 공수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유야무야 덮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즘 선거 개입과 감찰 무마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비난에 주력하는 청와대의 행태를 보면 이런 우려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의 의혹을 덮는 대신 반대세력의 뒤를 캐는 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 진정한 검찰 개혁을 이루려면 공수처법을 철회하든지 대폭 수정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공수처 처장과 검사의 임명방식을 바꿔야 한다. 또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기소권을 가진 별도의 반부패 수사기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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