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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올라 김일성 항일 빨치산 활동 재현한 김정은

金, 49일만에 군간부 동원해 백두산 등정

김일성 항일운동 선전하며 대미항전의지

軍 간부 총동원...대미 무력시위 가능성↑

美, 정찰기 이어 초계기투입...SLBM감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새로운길'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은 백마를 탄 김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처음으로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9일 만에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랐다.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에도 김 위원장이 군 간부들을 대거 대동한 백두산행을 택하며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대미 강경 노선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동행한 (군)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시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며 백두광야에 뜨거운 선혈을 뿌려 조선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장엄히 아로새겨온 빨치산의 피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모닥불을 쬐고 있는 모습으로, 김 위원장 오른쪽에 부인 리설주 여사도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일본강점기 때 김일성 주석이 부인 김정숙 등 항일빨치산들과 백두산 일대에서 항일의지를 다졌다고 선전해온 만큼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대해 대미항전 의지를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백두산 군마 등정에 이례적으로 박정천 육군 총참모장과 군종 사령관, 군단장 등 군 인사들을 대거 동원한 점을 볼 때 조만간 고강도 대미 무력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연쇄적으로 정찰기를 한반도에 띄우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군은 전날 정찰기에 이어 해상 초계기도 한반도 상공 임무에 투입하며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했다. 이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의 추가 도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해군 해상초계기 P-3C는 한반도 상공 2만2,000피트(6,705.6m)를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북미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가장 핵심 전략인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자력갱생’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백두산 군마 등정 전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인 청봉숙영지, 건창숙영지, 리명수구, 백두산밀영 ,무두봉밀영, 간백산밀영, 대각봉밀영을 비롯한 삼지연군 안의 혁명전적지, 사적지들과 답사숙영소들, 무포숙영지와 대홍단혁명전적지도 시찰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번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시찰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동행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찰 목적에 대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 압박 책동 속에서 우리 당이 제시한 자력 부강, 자력번영의 노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으로 사회주의 부강조국 건설에 총매진해 나가고 있는 우리 혁명의 현 정세와 환경, 혁명의 간고성과 장기성에 따르는 필수적인 요구에 맞게 당원들과 근로자들, 군인들과 청소년 학생들 속에 백두의 굴함없는 혁명 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세월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세대가 바뀌고 있지만, 백두산의 그 웅자는 변함이 없다”며 “언제 와보아도 걸으면 걸을수록 몸과 마음에 새로운 혁명열, 투쟁열이 흘러들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시찰하고 백두산을 등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걷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군사적 긴장감 고조와 함께 관광사업을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한 점을 볼 때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을 앞둔 이달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해 새로운 길의 방향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가 비핵화 방식을 두고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대미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북미 모두 대화 판을 깰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양측이 파국을 막기 위해 막판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가능성 위협이나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도 연말 시간표에 쫓겨 대화를 재개하자는 의미가 내포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실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조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의 회담에도 불구, 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켜보자. 나는 그(김 위원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지켜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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