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으로 네덜란드 여성 한 사람이 낳는 아이는 평균 1.6명(합계 출산율)으로 조사됐다. 1996년 1.53명으로 저점을 기록한 후 꾸준하게 1.62명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 회원국의 평균인 1.65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아직 다른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유급 육아휴직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의 출산율을 이끌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네덜란드에 보편화된 파트타임 근로제 때문이다.
◇시간제 근로자 권하는 네덜란드 사회=네덜란드는 1982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바세나르 협약에는 임금인상 자제와 노동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도입 등 78개 사항이 담겨있다.
1996년에는 ‘근로시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시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사이에 임금과 보너스, 훈련, 휴가 등에서 차별을 두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시간제 근로자가 더욱 확대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2000년에는 네덜란드의 모든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단축 시킬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담은 근로시간 조정법도 시행됐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1982년에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고 1996년에는 시간제 근로자의 차별을 금지하면서 시간제 근로자의 보편화를 이끌어낸 데 이어 2000년에 정규직 근로자가 시간제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게 일과 양육,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압도적인 여성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네덜란드 여성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보면 네덜란드 정부의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 여성이 정규직 대신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비율은 EU 28개 회원국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EU 회원국 여성의 평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31.1%인 가운데 네덜란드 여성의 경우 74.1%에 달한다. 2위인 오스트리아(47.9%)보다도 무려 41.0% 포인트가 높다. 특히 EU 회원국 여성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인 불가리아(2.3%)와 비교하면 3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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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남성 역시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남성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26.6%로 여성(74.1%)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 네덜란드 남성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26.6%)은 EU 회원국의 평균치(8.2%)보다 4배 이상 높다. 아울러 EU 회원국의 남성 시간제 근로자 비중 2위를 차지하는 덴마크(12.4)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부족한 육아휴직, 시간제 근무로 대체=그러나 네덜란드의 출산·육아 정책은 북유럽 국가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의 경우 16주이며 육아휴직은 최장 26주(6개월)에 불과하다. 물론 육아휴직을 한번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근무시간과 연계해 사용 가능하다. 가령 일주일 36시간 근무하는 경우 30시간만 근무하고 매주 6시간을 육아휴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출산 휴가 16주에 대해서만 월급의 100%를 보존해줄 뿐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별도로 육아휴직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다. 남성 역시 출산휴가로 배우자 출산 이후 5일만 사용 가능하다. 이마저도 지난해 2일에서 3일 늘어난 수준이다. 육아휴직 역시 여성과 마찬가지로 최장 26주(6개월) 사용 가능하지만 정부 지원은 없다. 다만 네덜란드의 경우 육아휴직은 정부가 아닌 산별노조와 개별 회사별로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시카 폰 루텐버그 사무직 노조 FNV 정책 보좌관은 “네덜란드는 다른 북유럽 국가에 비해 정부 지원의 육아휴직 지원 제도가 부족한 편”이라며 “여성이 출산 이후 시간제 근로자로 일할 경우 일과 아이의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점이 안정적인 출산율로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헤이그·암스테르담=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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