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들병원이 지난 2012년 9월 산업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미 대출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는 법정 증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이 2012년 12월 대선 직전 산업은행에서 거액을 빌릴 당시 동업자였던 신혜선씨의 신한은행 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는 과정에서 선(先)해지가 조건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에 따르면 해당 녹취록에는 신씨가 신한은행 관계자들을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원장이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원장은 ‘당시 은행에서 증인 명의로 돈을 못 빌리는 상황이었느냐’는 질문에 “회생 신청이 되어 있었다”고 답한 뒤, ‘회생 신청은 취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취하했지만 회생 신청한 기록 때문에 대출을 잘 안 해준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신한은행 등에 1,000억원 가량의 채무가 있어 재정압박을 받은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1,400억원의 대출로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산업은행 내규인 ‘개인회생 신청 경력자에 대한 여신 및 보증 주의’ 규칙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녹취록에 따르면 이 원장은 “연대보증인에서 빠져야 산은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며 “연대보증인에서 빠진 후에 산은에서 대출을 받아 그 빚을 전부 다 갚고 회생했다”고 진술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회복된 신용을 바탕으로 2017년 대선 직전 796억원을 산업은행에서 추가 대출 받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발판이 됐다는 게 심 의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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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은 “이 원장은 법정 증언을 통해 자신이 갚아야 할 돈은 신혜선씨 보증(259억)을 제외하고 1천억원 가까이 되는 돈과 부인 김수경씨 회사에 줘야 할 돈도 있다고 말했다”며 “이어 ‘당시 부채를 일시 반환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2012년 당시 이 원장 스스로 대출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그럼에도 산은이 이 원장의 신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특혜 심사를 자백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반박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우리들병원에 실행한 대출은 부동산과 매출채권을 담보로 나간 정상적인 대출”이라며 “모 의원이 2012년과 2017년 대선을 교묘하게 엮어 스토리텔링을 한다. 의혹이 있다면 당시 강만수 회장님과 면담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당시 부동산 담보가격이 1,000억원 가까이 되고, 우리들병원 5년간 매출채권 8,000억원가량을 담보로 잡았다”며 “1,400억원은 상업적 판단으로 충분히 나갈 수 있는 대출”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후 2017년까지 아무 문제 없이 원리금이 상환되고 있다”면서 “2017년에 약 900억원 대출 잔액에 대해 차환대출을 해준 것도 당연히 정상적”이라고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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