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 결과에는 노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투쟁에서 벗어나 처우 개선 등 노조원들의 실질적인 복리와 회사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현장의 주문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노조의 강경투쟁이 사측은 물론 자신들에게도 손해라는 노조원들의 폭넓은 공감대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조합원 처우 개선 등 실용적인 공약을 내세워 조합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가 “무분별한 ‘뻥 파업’ 없이 2개월 안에 교섭을 타결하겠다”며 귀족 노동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한 것이야말로 이런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었다고 봐야 한다.
때마침 현대차는 앞으로 6년간 61조원을 투자해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8%로 끌어올린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내놓았다. 특히 내연기관 위주에서 벗어나 전동화·모빌리티·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키우는 데 2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런 사업구조 혁신을 위해서는 노사 간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러자면 노조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최대 과제로 삼아 생산성 향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는 고비용·저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노조원들이 바라는 진정한 고용 안정을 실현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노조도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노사 모두 공멸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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