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합시다! 리스펙!” 중독성 강한 가사와 멜로디로 ‘수능 금지곡’ 반열에까지 올랐던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의 ‘존중송’ 유튜브 영상을 이제 더는 보기 힘들게 됐다.
이 영상은 올해 9월부터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해 100만뷰라는 쾌거를 달성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이를 시청한 네티즌들은 “교육감이 고3 학생들에게 수능 금지곡을 푸네”, “100만의 존중좌 ㄷㄷㄷ” 등의 유쾌한 반응을 보이며 부산시 교육청의 센스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상은 김 교육감이 직접 영상에 출연한 것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최근 비공개 전환됐다. 공직선거법 제 86조7항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소관 사무나 그 밖의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방송, 신문, 잡지나 그 밖에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의 ‘공감합시다 공감’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없다.
5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유튜브 영상에 지자체장이 출연하는 경우 구체적 내용을 살펴 광고성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공익 목적의 광고라도 지자체장의 얼굴 등이 등장하면 이는 인물 개인을 선전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어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출연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공직선거법 제 86조7항은 2010년 지자체장들이 지방의 특산물 등을 홍보하는 것을 명목 삼아 본인의 인지도를 올리는 사전 운동 효과를 막기 위해 신설됐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옥외 광고판에 지자체장들이 직접 모델로 나서면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이를 막겠다는 의미다. 부산시 선관위와 인천시 선관위는 ‘존중송’과 ‘공감송’ 등의 유튜브 영상도 공익 목적이긴 하지만 광고성이 있어 교육감의 출연이 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 86조7항을 두고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은 적용대상이 아닌 한편 지방자치단체장만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광고 출연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나며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1월 기준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70%가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54명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튜브는 최근 선거를 앞두고 본인을 홍보할 목적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지자체장이 국회의원과 달리 공적 예산과 인력을 활용해 광고 영상을 제작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하더라도 지자체장만 광고 출연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 86조7항의 형평성을 다툴 여지는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노희범 법무법인 제민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86조7항이 선거일 전 ~일 과 같은 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명복 여하를 불문 전면적으로 지자체장의 광고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봤을 때 위헌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국회의원 등 비슷한 선출직 공무원들과 비교했을 때도 지자체장의 권리만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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