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한 ‘연말 시한’이 임박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미의 말싸움이 점차 격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외무성이 아닌 인민군 총참모장 명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 언급에 ‘신속한 상응행동’을 거론하면서 북미 간의 긴장감을 높였다.
하이노 클링크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4일(현지시간) 대북 문제와 관련 “말이 나온 김에 당신이 언급했듯이 군사적 옵션은 결코 철회된 적이 없다”며 “군사력은 억지력으로서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안정화군(stabilizing force)으로서 기여한다”고 밝혔다.
클링크 차관의 발언은 전날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북한 총참모장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다음에 나온 것으로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미 군부에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만 클링크 차관은 “이는 단지 한반도나 미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알다시피 기본적인 사실”이라며 “우리 군대는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훈련한다”고 말해 실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억지가 실패하면 싸워서 이기는 것이 군대의 역할”이라며 “이것은 수십 년간 진실이었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국무부 외교관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 왔다”며 “우리는 수사적인 도발이든, 미사일 시험 같은 것이든 북한의 도발에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자제력을 보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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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우리의 대응이 달라지고 국무부의 주도가 다른 어떤 것으로 전환될지도 모를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대미 도발이 북미 대화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는 높은 수위의 경고로 해석된다. 그는 또 북한의 미사일 방어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어떤 공격에도 준비돼 있다”고 한 뒤 “북한이 공격적으로 행동할 만큼 매우 어리석다면(foolish) 동맹들로부터 매우 강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클링크 부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도 외교적 해결을 달성하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추측과 정확하지 않은 보도가 있다며 연말에 예정한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한 결정을 거론한 뒤 “나는 그 훈련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은 우리의 호의와 선의를 약함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무력사용’ 언급 이후 항일 빨치산 정신을 강조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북한은 일제강점기 때 김일성 주석이 부인 김정숙 등 항일 빨치산들과 백두산 일대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항일 의지를 꺾지 않은 점을 선전하며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여론전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항일운동을 모방해 미국이 군사행동을 가할 시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임을 경고하는 한편 북한 내부의 체제결속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양 정상의 기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외무성보다 군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군 장성인 방관복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기고를 통해 “항일투사들, 그들이 지녔던 숭고한 사상 정신적 풍모와 투쟁 기풍이야말로 우리 군인들이 대를 이어 물려받아야 할 귀중한 유산 중의 유산”이라며 “군 장병들은 당 중앙을 결사옹위하는 억척의 방탄벽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미군은 정찰기에 이어 해상 초계기까지 한반도 상공 임무에 투입하며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해상초계기 투입은 협상의 레드라인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준하는 최고 수위의 도발인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등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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