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무력사용’ 언급 이후 항일 빨치산 정신을 강조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북한은 일제강점기 때 김일성 주석이 부인 김정숙 등 항일 빨치산들과 백두산 일대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항일 의지를 꺾지 않은 점을 선전하며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여론전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전날 김 위원장은 백두산 등정을 통해 아내 리설주 여사와 모닥불을 쬐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항일 빨치산’ 정신을 떠오르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주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5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와 관련 충성 결의를 다지자고 주장했다.
특히 고위 간부들의 이름으로 게재된 이들 기고문은 일제에 맞서 싸운 ‘항일빨치산’의 정신을 본받아 ‘백두혈통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결의와 호소로 일관했다.
박광호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혁명 전통교양, 혁명정신 무장의 된바람을’ 제목의 글에서 “백두산의 위대한 장군이신 최고 영도자 동지를 따라 온 나라 전체 인민이 백두산형의 혁명가, 항일 빨치산들을 닮은 참된 애국자가 되자”고 결의했다.
리히용 함경북도 당 위원장도 “항일전의 빨치산 대오를 방불케 하는 군마 행군 대열의 선두에서 힘차게 달리시는 최고 영도자 동지의 영상을 우러르며 우리 혁명이 나아갈 길, 우리 인민이 간직해야 할 명맥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심장 깊이 새겨 안게 되었다”고 전했다.
군 장성인 방관복은 “항일투사들, 그들이 지녔던 숭고한 사상 정신적 풍모와 투쟁 기풍이야말로 우리 군인들이 대를 이어 물려받아야 할 귀중한 유산 중의 유산”이라며 “군 장병들은 당 중앙을 결사옹위하는 억척의 방탄벽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철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장도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새 세대 청년들이 항일혁명 선열들이 지녔던 불굴의 투쟁 정신으로 튼튼히 무장하자면 백두의 칼바람 맛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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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자력갱생을 외치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덕훈 내각 부총리는 “적대 세력들의 집요한 고립 압살 책동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백두의 혁명정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만 있으면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독려했다. 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를 치밀하게 수행하겠다며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더욱 강화하며 우리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하여 경제건설 대진군을 다그쳐나가는 투쟁의 앞장에 서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들이 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인 데 대해 미국은 정찰자산을 한반도에 연이어 투입하는 한편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여론전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4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응해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의 우방인 영국·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지역 이사국들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회의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상임이사국인 영국·프랑스, 비상임이사국인 독일·벨기에·폴란드, 차기 이사국인 에스토니아는 지난 10월에도 6개국 성명을 냈다.
다만 미국은 북미 협상 국면을 의식한 듯 성명을 내는 데 동참하지 않았다. 유럽 6개국 유엔대사는 성명에서 “지난달 28일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이런 도발적인 행위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5월 이후로 모두 13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핵 프로그램 활용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 평화와 안전뿐만 아니라 지역 안보와 안정을 훼손하고, 만장일치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에도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안보리 대북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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