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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찾은 왕이, 文 면전서 미국 때리기

"일방주의가 세계 위협" 비판

文 "시 주석과 곧 만나길 고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예방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면담을 갖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이 내년 조기에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한중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통해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갈등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왕 부장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곧 만나뵙게 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중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왕 부장은 문 대통령과 한중 고위급 교류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원칙도 강조했다. 이는 현재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왕 부장과 만나 “시 주석께 각별한 안부를 전한다”며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연기되는 바람에 만날 수 없게 돼 곧 만나뵙게 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의 방한은 ‘사드 갈등’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 간 대화와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오사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양국의 외교·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와 소통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은 동북아의 안보를 안정시키고, 또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그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북한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대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유엔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바 있는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도 요청했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왕 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는 일방주의와 강권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중한 양국은 이웃으로서 제때 대화·협력을 강화해 다자주의·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기본적인 국제규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정·재계, 학계 인사 등과의 오찬회에서는 노골적으로 ‘미국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그는 “온갖 방법을 써가며 중국에 먹칠을 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며 중국을 억제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미국을 정조준했다. 이어 “냉전적 사고방식은 진작에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 행위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 중국의 부흥은 역사의 필연이고 중국의 발전도로는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며 한국이 친중 노선을 택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양지윤·박우인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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