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는 울산 떼까마귀가 올해는 더 늘었다.
울산의 떼까마귀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는 “매년 10만 마리 정도가 오는데 올해는 13만 마리의 까마귀가 울산을 찾았다”고 8일 밝혔다.
김 박사에 따르면 겨울 철새인 까마귀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0월 중순이면 태화강을 찾는다. 처음엔 5∼7만 마리 정도였던 까마귀는 10여 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10만 마리로 추정했다. 올해는 13만 마리로 더 늘었다. 서식 환경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떼까마귀가 80∼90%로 다수고, 갈까미귀가 10∼20%가량 섞여 있다. 4월 말이면 몽골과 시베리아로 떠난다.
떼까마귀가 울산에 오는 것은 의식주가 안전하게 해결되는 태화강변 삼호대숲이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 건너 십리대숲 달리 이곳은 사람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울창한 대숲(6만5,000㎡)이다. 한곳에 모여 자는 습성이 있는 떼까마귀에게 따뜻하고 안전한 안식처가 된다. 떼까마귀는 해 뜨기 전 일제히 날아올라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반경 100∼130㎞ 이내인 경남 함양과 밀양, 경북 포항까지 날아간다. 가까운 울주군은 70%가 농경지라 까마귀의 먹이활동에 좋은 환경이다.
낮 동안 먹이활동을 하던 떼까마귀는 해가 저물기 전 서서히 삼호대숲 근처로 모여든다. 하지만 곧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공중을 맴돌며 저녁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울산 도심 곳곳에서 군무가 펼쳐지는데, 해질녘 10여 분은 태화강에서 전체 떼까마귀가 모인 마지막 절정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집단행동이다.
김 박사는 “보이지 않지만, 포식자들이 지키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한 마리 한 마리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수만 마리로 이어져 화려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떼까마귀 군무를 겨울철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시는 태화강철새학교와 시티투어 코스를 연계한 이색 생태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 남구도 오는 12월 중순께 삼호대숲 인근 삼호동에 ‘철새홍보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철새전망대와 철새교육장, 가상현실(VR)체험장과 5D 영상관, 카페테리아 등이 들어선다. 울산시는 또 인근 부산, 대구, 경주·포항 지역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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