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중요한 상황 변경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 정상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어 걱정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전화 통화에서 비핵화 협상의 성과를 위해 대화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여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해결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담겨 있다. 문제는 북한이 전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했지만 영변 핵시설과 제재완화를 맞바꾸자는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어디에 숨겨놓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 양국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북한 달래기에 급급하면 완전한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가고 만다.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사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북한의 과거·현재·미래 핵무기를 모두 없애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좨야 한다. 언제까지나 우리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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