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중진 심재철 의원이 새 원내대표에 오르자 황교안 대표의 측근들이 내심 당황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친박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황’ 체제가 강건했는데 이들이 쇄신 대상으로 불렀던 다선 중진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황’ 또는 중진들의 반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9일 한국당에 따르면 당내 3선 이상 중진들 다수가 심 원내대표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 친박계 의원, 중진들이 표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원내대표는 친박계 전략가이자 TK지역 3선 김재원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나왔다. 과반 득표가 없었던 1차 투표(38표)에 이어 2차 투표에서 52표를 얻어 당선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선에서 PK 중진인 1차 때 유기준 의원(10표)에게 간 표가 김 의원에게 간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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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친황 그룹을 중심으로 초재선의원들이 재선 김선동 의원을 지지하자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발 표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초재선 의원들은 지난 11월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향해 ‘수도권 험지 출마’ 또는 ‘용퇴’를 주문하는 연석회의를 잇따라 가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쇄신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이날 선거로 원내대표에는 5선, 정책위의장에는 3선 중진이 원내 사령탑에 앉았다.
일각에서는 초재선 중심의 친황 그룹 당권파가 원내대표마저 차지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진이 원내 사령탑이 되면서 공천에서 초재선의 요구에 따른 중진에 대한 용퇴 압박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싸울 줄 아는’ 심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대 총학생회 운동권 출신, 기자를 거친 심 원내대표는 ‘공격수’로 유명하다. 지난 대선 정국 때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고급 음식점 등에서 사용한 비공개 업무추진비를 공개해 각을 세우기도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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