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예산안 추진 철회에서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로 급선회한 데는 전략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비롯해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저지를 두고 한국당이 그간 고수하던 전략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다. 하지만 20대 마지막 국회 정기국회가 단 이틀 남은 탓에 본회의 처리 무산 등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현 전략을 고수할 경우 ‘이른바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과 내년 예산안까지 제1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의 비판도 부담해야 하는 터라 실리적 선택에 따라 9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예산안 10일 본회의 처리 △필리버스터 철회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보류 등에 뜻을 같이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 상황을 직시해 무조건 강공을 고집하기보다는 일보 후퇴하는 ‘숨 고르기’ 전략인 셈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심 원내대표가 ‘4+1 체제에 대한 무차별 공세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여야 사이 민생법안 등을 두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중을 읽은 듯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당 안팎에서는 여야 사이 평화가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이 이날 심 원내대표 주재로 연 첫 의원총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 합의가 완료될 때 필리버스터를 철회한다’는 단서 조항을 걸어서다. 오히려 한국당 안팎에서는 10일 이후 심 원내대표의 강공이 본격 시작될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린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를 두고 ‘전초전’을 치른 뒤 11일 임시회의부터 본격적인 투쟁 모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제·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는 물론 앞으로 있을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국회 관계자는 “한국당의 대(對)여 투쟁은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며 “한국당이 외치고 있는 ‘친문 게이트’와 맞물리게 해 청와대·여당에 대한 공격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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