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공언한 세계 최초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가 중국의 신경제도시 선전과 쑤저우 일대에서 가장 먼저 유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페이스북이 발행할 계획인 디지털화폐 ‘리브라’에 대항해 화폐 주권을 지킨다는 목적과 함께 디지털화폐로 미국의 달러 패권을 극복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거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통해 신경제 금융에서 미국을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9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지 차이징은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가 선전과 쑤저우 등지에서 시범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화폐 운영에는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총괄 아래 공상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건설은행 등 4대 국유 상업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이 참여한다고 차이징은 전했다.
구체적인 사용 개시 시점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시범 사용될 지역이 거론되며 중국 내에서는 디지털화폐 발행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행장은 금융포럼에서 디지털화폐의 설계와 표준 제정, 연합 테스트 업무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된 상태라고 공개하며 “시범 지역과 서비스 범위를 정해 사용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판 부행장은 또 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화폐는 현금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0)의 일부를 대체하며 시중은행에 우선 공급한 후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다시 공급하는 이원화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달 광군제 행사에서 맞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대해 “망상적”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하게 통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중앙은행 차원에서 직접 디지털화폐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추후 디지털 기축통화 역할을 미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지만 위안화가 전 세계 거래의 2%에도 미치지 못해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위안화에 1대1로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널리 활용될수록 위안화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디지털화폐가 통용되면 자연스럽게 위안화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격도 강하다. 황치판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부회장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국가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페이스북 같은 민간 기업이 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중국의 화폐 주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리브라가 통용되면서 중국이 국제결제시장에서 뒤처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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