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장밋빛 거짓 발표를 해왔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3년여의 법정공방과 탐사보도를 통해 아프간전에 직접 관여한 고위 당국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확보해 이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WP는 연방당국 차원에서 아프간전 평가를 위해 생산한 2,000여쪽 이상의 기밀문서도 확보해 전했다. 문서에는 아프간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장군과 외교관, 구호단체활동가, 아프간 당국자 등 400여명의 인터뷰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입에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꼽히는 아프간전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기밀문서 속 인터뷰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던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소속 제프리 에거스는 “아프간에서 우리(미국)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생각하면 오사마 빈라덴은 물속 무덤에서 아마 웃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빈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의 9·11테러로 아프간전이 2001년 시작됐고 빈라덴은 2011년 미군에 사살돼 수장됐지만 죽은 빈라덴이 웃음 지을 만큼 미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고도 전쟁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다.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데이터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고쳐졌다”면서 미국이 제대로 하는 것처럼 설문조사가 왜곡된 방식으로 동원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프간전 고문 역할을 했던 더글러스 루트는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아프간전에서의 미군의 희생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의회 간 관료주의 탓일 수 있다고도 했다.
WP는 이 기밀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3년간의 법정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WP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2016년 8월 이 문서들을 요청했으나 SIGAR는 대중이 봐야 할 내용이 아니라며 거부했고 WP는 두 차례 소송을 진행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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