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지방대 등 일선 대학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대학 정원의 감축 규모와 방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일선 대학들은 대학 평가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지 말라고 정부에 집단으로 요구 중이며 대학 교수·교직원 노동조합은 정부 설명회조차 무산시켰다.
10일 교육부는 대학 평가의 신입생 충원율 비중을 당초 예상보다 더 끌어올린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에 교육부는 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100점 만점 중에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각각 12점, 8점으로 정했다. 지난 8월 시안에서는 각각 10점씩이었다. 이번 최종안은 재학생 충원율을 빠른 시간내 공고히 하기 어렵다는 대학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8년 평가에서 75점 만점에 4점에 불과했던 신입생 충원율의 비중은 2.5배 가까이 오르게 됐다. 현 고2 학생에 해당하는 내년 입시부터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의 경우 재정지원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강사법 실시와 연계해 총 강좌수, 비전임교원 담당학점 대비 강사담당비율 등을 지표에 포함하기로 신규 확정하고 통폐합 학교와 특성화대의 일부 진단 요건을 완화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안이 나왔지만 지방대의 반발이 크다. 교육부가 이날 대학 관계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설명회는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와 전국교수노조 관계자 100여명이 행사장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대학노조·교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진단 계획은 대학 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한 대학 구조조정의 틀이 그대로 유지돼 박근혜 정부의 1·2주기 대학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지방대의 4분의 1 이상이 폐교로 내몰려 지역이 붕괴하고 수도권 편중과 지역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확정안이 지연되면서 재정지원제한대학의 지정 방안 지표기준도 발표 시점을 연내에서 내년 초로 연기했다.
앞서 이달 초 전국 4년제 대학을 회원으로 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157개 대학의 동의로 획일적 상대평가를 폐지할 것을 골자로 한 기본역량진단 개편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교협이 대학 총장들의 동의서를 받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집단 건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월 교육부가 설계한 대학 진단은 대학평가와 정원 감축을 연계시켰던 구조개혁평가에서 벗어나 정원조정을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기되 정부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평가를 강화해 적정 규모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학평가 등급에 따른 인위적 정원감축을 없앴음에도 대학평가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지 말라는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온 셈”이라며 “그만큼 대학들의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방증이지만 복수 교수노조의 등장 등에 따른 교육계의 새 국면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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