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있는 폐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기침·호흡곤란·폐기능 저하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방사선 폐렴’ 발생률이 2~3.3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약하게 하거나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
공문규·임유진·김영경 경희대병원, 정원규 강동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은 당뇨병이 방사선 폐렴의 위험인자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총 50~72그레이(Gy)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123명의 폐암 환자를 12개월 이상 추적관찰해 당뇨병약 복용 여부, 공복혈당 및 지난 1~3개월 평균 혈당 조절 상태를 보여주는 당화혈색소(HbA1c·헤모글로빈A1c) 수치와 방사선 폐렴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추적기간 동안 88명(71.5%)은 증상은 있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1~2등급, 35명(28.5%)은 약물·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3~4등급 방사선 폐렴이 발생했다.
3등급 이상의 방사선 폐렴 발생률은 당뇨병 환자 44.4%, 당화혈색소 6.15% 초과자 41.5%, 공복혈당 121㎎/㎗ 초과자가 35.5%로 당뇨병 없는 폐암 환자(20.7%)의 2.15배, 당화혈색소 6.15% 이하자(12.7%)의 3.27배, 공복혈당 121㎎/㎗ 이하자(17.2%)의 2.06배였다. 3등급 이상의 방사선 폐렴 발생 위험도는 당뇨병 환자가 2.7배, 당화혈색소 6.15% 초과자가 1.5배, 공복혈당 121㎎/㎗ 초과자가 1.01배였다.
우리나라는 당화혈색소 6.5% 이상이거나 8시간 공복혈당이 126㎎/㎗ 이상, 하루 중 아무 때나 측정한 혈당 또는 포도당 75g 용액을 마시고 2시간 뒤 측정(경구당부하 검사)한 혈당이 200㎎/㎗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하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공 교수는 당뇨병 환자 등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폐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 때 방사선 폐렴 발생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당뇨병이 있으면 피부 상처는 물론 방사선 치료로 손상된 폐 실질이 아무는 속도도 늦어 심한 방사선 폐렴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폐암 방사선 치료는 일반적으로 종양 부위에 총 70그레이(1회당 2그레이씩 35회)의 방사선을 조사한다. 이때 종양 주변 폐 부위도 방사선에 노출되며 총 20그레이 이상의 방사선을 쬔 폐 부위에서 방사선 폐렴이 발생한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는 ‘전체 폐 용적에서 20그레이 이상의 방사선이 조사된 폐 용적의 비율’(V20)이 20~40% 미만일 때 한다.
공 교수는 “방사선 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는 치료부위·범위, 항암치료 병행 여부에 따라 15~45%가 3등급 이상 방사선 폐렴을 겪는다”며 “따라서 당화혈색소·공복혈당이 높거나 당뇨병약을 복용 중인 폐암 환자는 20그레이 이상의 방사선이 조사되는 폐 용적을 예를 들어 20~25% 미만이 되도록 치료 강도를 낮추는 등 더욱 주의해서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수술이 가능한 경우 수술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암으로 사망하기 전에 방사선 치료 합병증으로 먼저 사망하는 불상사를 피하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폐암 병기가 2기·3기로 갈수록 종양의 크기가 커지고 주변으로 침투하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 범위도 넓어져 V20 비율을 낮출 경우 치료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폐암 환자는 방사선·항암 치료를 같이 하는 게 표준치료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관리와 연구(Cancer Management and Research)’에 발표됐다.
한편 앞선 연구에서 당뇨병이 있는 전립선암·유방암·대장암 환자는 방사선 치료로 위장관·비뇨생식기 등 독성(합병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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