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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전동킥보드 유감

배충식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KAIST 공과대학장)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쪽 발을 발판 위에 올린 뒤 다른 한쪽 발로는 땅을 차면서 씽씽 타는 어린이들의 놀이기구 ‘킥보드’가 변신하고 있다. 전기 배터리와 모터를 구비하고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달린다. 온몸이 빠른 속도에 그대로 노출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아이 가진 부모에게는 항상 걱정거리였던 킥보드가 첨단 기술과 만나 이제는 어른들의 새로운 이동기구가 됐다.

전동 킥보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에서도 판매가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전동 킥보드가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20만대가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동 킥보드 판매가 늘어난 만큼 사고도 함께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년간 500건이 넘는 사고가 일어났다. 2018년에는 총 233건의 사고가 발생해 3년간 17배가 늘었다고 한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작은 사고까지 더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운전 중에 부주의로 행인을 치어 사망한 경우도 있고, 스스로 넘어져 중상을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배터리 화재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전동 킥보드는 법적으로 자동차 도로 등에서 탈 수 있고 인도에서는 달릴 수 없다. 헬멧을 써야 하고 운전면허도 있어야 한다. 합법적인 운행을 전제로 공유 서비스도 운영되고 있다. 다만 보급 속도가 너무 빨라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법정 최고속도인 시속 25㎞를 넘도록 조작해 타는 ‘폭주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아무 곳에서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단속하거나 걱정하면 침해라고 하고, 불법적 개성이 인권이라고 주장하며 법 따위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 안전규정이 강화되고 합법 운행을 위한 계도도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 캠퍼스에서 자동차와 자전거와 사람과 섞여서 활주하는 전동 킥보드를 보는 마음은 무겁다.



전동 킥보드의 사용 패턴은 안전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 측면에서도 방만한 경향을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의 갈 길이 먼 우리나라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해 상당량의 전기를 생산한다. 전동 킥보드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방전돼 에너지가 사라져버리고, 일부 에너지만 전동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한다. 정확한 에너지 효율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공해 개인용 교통수단(PM·Personal Mobility)이라는 미명 아래 사용자만 늘어나는 모습이다.

전동 킥보드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승용차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낭만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리하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보행자와 전동 킥보드가 안전하고 질서 있게 다닐 수 있는 제도와 문화 정착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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