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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례 행사된 한은 경제전망 수정

■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한은, 올 성장률 전망 4차례 낮춰

경제위기 속 금리 결정 오판 우려

전망모형 등 시스템 재정비해야





경제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11월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3%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일 뿐만 아니라 5월 이후 반년째 이어진 두자릿수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게다가 선박을 제외한 전 주력제품의 수출이 뒷걸음질쳤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이 정도로 전례 없이 장기간 참담한 추락을 지속하면 경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10월 중 설비투자도 지난해보다 4.8%, 건설투자도 4.3%로 줄었고 소비의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도 증가율이 2.1%에 머물렀다. 산업생산 역시 줄어들고 제조업 가동률은 73%대까지 뚝 떨어졌다.

수요가 이처럼 부진하니 물가 역시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개월째 0%대를 기록하고 있고 작황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국제 원유시장 영향을 받는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월 이후 상승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여기에 광의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증가율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의 이 같은 모습은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2년 반여 만에 한국 경제는 ‘문재인 불황’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의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 6월 말 50대 상장사 재고는 145조원으로 불어나고 영업이익은 반토막 난 상태다. 그런데도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 주주들의 거센 요구로 배당은 늘어나 투자 여력도 훼손되고 있다. 무디스가 내년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할 것임을 시사하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한국 경제가 50년래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추락이 외부환경 탓이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등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된 정책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한국은행도 지난달 말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0%로 낮췄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한은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1월에 2.6%, 4월 2.5%, 7월 2.2%, 11월 2.0%로 줄곧 적지 않은 폭으로 낮아졌다. 거의 연례행사인 셈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통화정책의 기반이 된다. 다른 연구기관들과는 달리 한은의 전망치가 중요한 이유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는 GDP갭(실제GDP-잠재GDP)과 물가갭(실제 물가상승률-목표 물가상승률)이 금리수준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더욱이 실제 GDP와 실제 물가상승률을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고려해 6개월 내지 1년 정도 앞선 전망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요즘처럼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여건에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정확하게 전망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적지 않은 폭으로 계속 전망을 바꿀 경우 금리 결정에 문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연초의 전망 수준이 높으면 금리수준이 적정수준보다 높게 책정된다. 자유로운 자본이동과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적정수준보다 높은 금리는 적정수준보다 낮은 환율을 초래한다. 높은 금리와 낮은 환율은 투자 수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물론 대붕괴를 초래하고 있는 지금의 경기침체는 반기업·친노조, 소득주도 성장정책 등 잘못된 정책이 근본원인이다. 그러나 금리 환율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임이 틀림없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하향수정이 연례행사가 되지 않도록 전망모형 점검, 전망 시스템 재구축 등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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