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독일 통신사와 5세대(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유럽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통신 업체 텔레포니카는 이날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도이체텔레콤·보다폰과 함께 독일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는 화웨이 및 핀란드 통신장비 제조업체 노키아의 장비를 활용해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독일에서 주요 통신사가 공식적으로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텔레포니카의 이번 결정은 국내외 화웨이 배제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5G 인프라 구축 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동맹국들에 수차례 압박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화웨이는 미국과 동맹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2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를 통해 유럽 동맹국에 “화웨이 기술이 다른 대안보다 더 낫고 저렴하다는 홍보회사 등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내부적으로도 화웨이의 국가 안보 위협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고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월 “이동통신 관련 보안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지만 한 업체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독일 의회에서는 중국 공급업체들을 사실상 배제하는 국가통신보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국내외 반발에도 화웨이가 텔레포니카를 시작으로 독일의 다른 통신사와 계약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이체텔레콤은 정치권의 충돌이 가라앉으면 5G 장비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G 이동통신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논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한편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를 파트너로 선정함에 따라 다른 유럽 국가도 이 같은 선택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CNBC는 전망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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