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돌풍을 타고 한 남자의 세상에 뛰어든다.’
손예진과 현빈의 두 번째 만남,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의 신작으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콘셉트는 기상천외하다.
패러글라이딩 하던 재벌가 상속녀 윤세리(손예진)가 돌풍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만난 북한군 장교 리정혁(현빈)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줄거리는 독특함을 넘어 ‘감옥 가야 하는거 아냐?’라는 궁금증부터 불러일으킨다.
▲ 실수로 월북해도 죄가 되나요?
국가보안법 제6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북한으로 잠입하거나 탈출하는 행위를 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에는 ‘목적’이 포함돼야 한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행동해야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세리처럼 단순한 ‘실수’로 북한에 들어가게 되면 처벌할 수 없다.
추가로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은 과실범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과실로 인한 행위도 처벌되지 않는다. 따라서 윤세리는 무죄다.
▲ 현빈 만나러 또 월북하면 죄가 되나요?
“아프리카도 가고, 남극도 가는데 당신은 참 하필 여기 사네요. 다시는 못 보겠죠?”
극중 윤세리와 리정혁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리정혁은 윤세리를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윤세리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끝내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다시 ‘고의로’ 월북하게 된다면 처벌 가능할까.
이 경우에도 윤세리는 처벌받지 않는다. 윤세리의 월북은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려는 목적이 없으므로 무죄다. 그녀의 목적은 오로지 리정혁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는 오직 ‘사랑’에 기인했을 뿐이다.
이정원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의 죄는 구성요건상 일정한 목적을 필요로 하는 범죄이므로 ‘목적’이 없다면 구성요건부터 충족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드라마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북한에 잠입, 탈출하더라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럼 ‘사랑의 불시작’은 완전 무죄?
윤세리의 월북 자체는 죄가 없다고 볼 수 있으나 이후 그가 어떤 활동을 할지 주목해야 한다. 그녀의 신분이 재벌 상속녀라는 점을 감안해 국가·경제안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윤세리가 북한군 장교인 리정혁에게 우연히라도 국가보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군사기밀보호법 제12조에 따라 군사기밀유출죄로 처벌될 수 있다. 사랑에도 입조심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은 불운과, 뜻하지 않은 월북,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랑. 웬만해선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을 특별한 사랑을 하게 된 재벌 상속녀와 북한군 장교의 사랑은 과연 ‘무죄’로 아름다운 결말을 맺게 될까.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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