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운동선수 3명 중 1명은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것이라 체육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체폭력의 가해자는 코치나 감독보다는 선배 선수들이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102개 대학, 7,031명의 학생선수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 했다. 응답률은 71%로 4,924명(남자 4,050명, 여자 674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중 33%(1,613명)가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했다. 이 중 15.8%(255명)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 신체폭력을 당하고 있다. 이는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나타난 11.6%보다 더 높은 수치다.
신체폭력을 가하는 주범은 선배선수 72%(복수응답·1,154명), 코치 32%(516명), 감독 19%(302명) 등의 순이었다. 이외에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31%를 차지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숙소에서도 선배들의 언어폭력이 만연해 경기장과 생활공간 어디서도 피해를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대학생 운동선수도 10%에 가까웠다. 성폭력 피해 유형은 주로 성적 농담을 하는 성희롱, 운동 중 불쾌한 신체접촉 행위 등으로 이를 경험한 학생은 전체 학생 중 9.6%를 차지했다. 성폭력 피해는 여성 선수들이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여자선수들은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는 장소로 훈련장을 꼽았는데 이는 훈련장이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성적 대상화가 되는 피해를 입은 것이라 심각성이 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학생의 경우 신체적 성희롱을 주로 숙소에서 경험했다고 하는데 이는 동성 선배가 함께 지내는 구조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일어남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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