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安與)사건 (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인해 장영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담는다.
16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하 ‘천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최민식, 한석규와 허진호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세종(한석규 분)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에 팩션을 가미한 작품 ‘천문’.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이 만든 안여가 부러지는 일이 일어났고, 그로인해 장영실은 곤장 80대를 맞았다. 그런데 그 이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며 “천재 과학자였던 그가 왜 역사에서 사라졌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 ”고 밝혔다.
허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만큼 고증과 천문학적 자문도 많이 구했다. 그는 “자격루를 재연하면서도 고증을 많이 받았다. 이과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며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다”고 털어놨다.
제목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다. 허 감독은 “세종과 장영실이 근정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걸 이뤄주고 싶은 장영실의 마음이 함축적으로 담긴 제목이다”고 설명했다.
극중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 케미가 눈에 띈다. 왕과 신화의 관계를 넘어 애틋한 눈빛을 주고 받는다. 이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것, 벗이라는 것이 좋았다. 왕과 관노의 신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 둘이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다루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한 “ 현장에서는 최민식과 한석규가 가진 30년 한 길을 걸었던 연기자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런 모습이 영화에서 보여진 것 같다. 두 배우의 호흡이 너무 좋아서 촬영하며 컷을 잘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두 배우의 30년 넘는 연기 내공이 합쳐져 브로맨스 이상의 감정이 터져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다시 한번 세종 역에 도전했다. 한석규는 “세종에게 장영실은 같은 꿈을 꾸는 벗”이라며 “‘뿌리깊은 나무’를 찍으면서 그때부터 들었던 생각이 세종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그건 장영실이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걸 풀어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한석규는 “기록이 진실은 아니다”라며 “한 개인의 역사는 있을 수 있어도 나라의 역사는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고 소견을 덧붙였다.
장영실로 분한 최민식은 “장영실은 세종을 위해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세종은 천민인 장영실을 알아봐주고 그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장영실은 세종에 대한 존경심과 무한한 애정이 있었을 거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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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천문’은 한석규, 최민식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라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 할 것을 당부했다.
사극 작품에 따라붙는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서도 제작진과 배우들은 털어놨다. 최민식은 “나는 배우로서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이 추접스럽거나 역사에 누가 되는 일만 아니라면 말이다”고 운을 뗀 뒤, 그는 “영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 및 감독들과 이야기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뒤 나온 감독의 결과물에 매우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한석규는 “나에게 영화는 추억이다. 촬영장에서 느낀 추억들이 여전히 떠오른다. 천문도 관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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